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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봄 햇살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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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9  14: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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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참으로 대단하다. 산수유가 노랗게 봄을 열고 있다. 겨울 패딩 외투를 걸치고 여린 꽃송아리를 대하려니 머쓱해진다. 대자연의 순리 앞에서 인간은 그저 엄살 잘 떠는 작은 구성체에 지나지 않음을 느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시 겨울이 온 양 눈발까지 날리며 꽃샘추위가 심했다. 이제 막 눈을 뜨려는 여린 촉이 기겁을 했을 게다. 겨울과 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 이러다 봄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가뜩이나 짧은 봄, 머무를 기간이 더 짧아져 가고 있다. 넣어 둘까 하던 외투를 도로 꺼내 입고 문학관에 도착 했다.

 지난 시간에 봄꽃에 관한 과제를 주었더니 메일로 벚꽃이 와 있다. 난방을 따뜻하게 틀어 놓고 봄꽃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하늘거리는 벚꽃 이야기로 꽃을 피워냈다. 비로소 봄이 와 닿는다. 모두들 돌아간 뒤 문학관 2층 유리창 너머로 아롱아롱 햇살이 손짓을 한다.

 주저 물러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공원 산책길로 들어섰다. 그 맑던 햇살에 때가 낀 듯 온통 뿌옇다. 미세먼지 탓이다.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썰렁한 기운이 스며든다. 돌아 나오려는데 앙상한 가지에 노랗게 꽃을 피운 나무가 껑충하게 서서 눈길을 잡는다. 산수유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산수유는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는 꽃샘추위 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찬찬히 둘러보니 산사나무 역시 잎눈을 열고, 하얗게 꽃 피울 꿈을 푸릇푸릇 내밀고 있다. 오솔길을 에두르고 있는 쥐똥나무에도 여드름처럼 청춘이 돋아 오른다. 가지를 늘이고 있는 공작단풍은 아직도 지난해 영화에 연연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얗게 빛바랜 프로펠러 같은 씨앗을 다 떨구지 못하고 여전히 군데군데 매달고 우아를 떤다. 영원한 공작이고 싶은가 보다.

 날씨가 꽃샘을 부려도, 미세먼지로 세상이 뒤덮여도 이 작은 공원의 초목들은 참으로 의연하게 제 할일을 다하고 있다. 푸르른 세상을 향한 물오름이 생기롭다. 푸름은 사회의 무수한 독소를 풀어준다.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둘러 여린 잎을 피워내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의 의지가 가상하다. 맑은 세상을 향한 몸짓이 겸손하고 아름답다.

 자연 중에서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는 사람만이 유독 저를 위한 삶에 집착한다.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의 욕심이 부른 부패와 비리가 얼룩을 만들고 있다. 요즈음 외계인처럼 우리를 온통 마스크 부대로 만들고 있는 미세먼지 또한 사람에 의한 재난이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에도 언제부터인가 '햇빛 찬란한 봄'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스모그화 현상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심한 매연으로 인한 것이다. 대기 중의 중금속 입자들과 공기 중에 있는 수분, 황산화물 등이 엉겨서 생긴 것이다. 예방책으로 교통량 줄이기, 화력발전소 발전량 줄이기 인공강우 등 매연 저감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공기를 살리고 청정 자연을 살리는 길이 곧 사람을 건강하게 살리는 길이다. 맑고 밝은 하늘, 진정한 봄 햇살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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