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사람은 누구든지 건강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서이다. 오늘날 각종 첨단 의료장비가 발달하고는 있지만, 의료서비스는 여전히 의료인의 행동을 통해 제공된다. 때문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행동은 윤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갖는다.

 의료인이 시행하는 검사, 진료, 외과적 시술 및 처방 같은 행동 하나하나가 윤리적일 때 환자는 인간적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료서비스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 윤리성이 내포되어 있지 않으면 상호 간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의료인들이 근무하는 병원 조직에서 윤리교육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의료인들의 윤리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행동 그 자체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신체를 건강하게 회복하도록 하는 숭고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의료인들은 대학에서 윤리성을 함께 익히며, 문명사회에서 의료계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인들은 평생 동안 겪는 몇 안 되는 행복들 중의 하나가 훌륭한 의사를 만나서 따뜻한 말을 듣고 좋은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최근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과연 의료인들이 윤리로 무장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선배 의사가 후배 의사를 괴롭히는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선배 의사의 후배 의사들 구타는 조폭세계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들의 폭언과 폭압에 의해 간호사가 자살하는 경우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얼마 전 이화여대 목동병원의 유아 감염 사망사고는 병원의 무책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집단 내부적으로 기강이 세기로 유명한 간호사 집단에서도 선후배 간의 갈등은 여전하다. 선배의 괴롭힘으로 직장을 떠나는 경우부터 자살까지 불미스런 일들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에 등장한 '태움' 문화는 사람을 건전하게 육성한다는 간호교육 본래의 뜻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 물론, 간호라는 직무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매우 엄격하고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욕설과 괴롭힘, 폭력 등 모욕적인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진 결과라면, 그런 간호사를 대해야 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한 일이다.

 의료서비스는 인간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질병의 위험과 침해를 예방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유익한 행동이 본질이다.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을 구제하는 구명성(救命性)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자의 구명이라는 이타적 목적을 본질적으로 가진다는 점 때문에 의료인들은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의료인들이 대중의 존경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의료가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의료인들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병원 현장에서 윤리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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