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얼마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2년여 만에 한국을 방문한 30대 여성분이 한국의 미세먼지를 경험하며 "아이를 키우면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수도 없고 아이와의 외출도 꿈꿀 수 없는 한국을 떠나 진작 이민 가기를 잘했다."고 말했다 한다. 최근 온라인과 각종 미디어에 넘쳐나는 미세먼지의 인체에 대한 유해성 관련 정보를 접하며 팍팍한 삶에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고 숨 쉬는 것마저도 조심조심 쉬어야 하는 우리의 처지가 도대체 누구 때문인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25% 증가할수록 자살률이 9%씩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고 미세먼지 예보가 '매우 나쁨'일 때 성인 남성이 1시간 동안 걸어 다니면서 마시는 미세먼지 양은 담배 연기를 84분 동안 마신 양과 동일하다고 한다. 이는 8평 남짓한 밀폐된 공간에서 2000㏄ 디젤차 매연을 3시간 40분가량 흡입하는 것과 같다고 하니 이런 날의 외출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세계보건기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발생을 평소보다 21%가량 증가시키고, 천식 환자의 입원 확률을 13%까지 증가시킨다고 한다.

 세계 다섯 개의 주요도시 중 오염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서울도 문제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충북의 미세먼지 현황은 더 심각하다. 2013년 기준 전국 16개 시도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지역은 충북이었다고 한다. 2013년 지역별 평균은 50㎍/㎥이었는데, 충북은 56㎍/㎥이었다. 충북에 미세먼지 농도가 유독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미세먼지가 이동하지 못하는 지형적인 요인과 중국발 스모그가 편서풍을 통해 날아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석탄연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중국에서 편서풍을 통해 유입되는데, 충북지역의 경우 동쪽에 위치한 백두대간이 편서풍의 흐름을 막아 미세먼지의 이동이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청주의 경우에는 충북의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그 이유로는 청주가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가 많고 공장이 많을 뿐 아니라 분지 형태의 지리적 불리함 때문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최근 청주 서부권에 들어가고 있는 소각시설로 인해서 초미세먼지 발생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합 청주시 권역의 소각처리용량을 가지고 추정하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 소각량의 12%가 집중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지리적 불리함과 함께 충북지역 내 발생원의 증가가 겹친 탓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최근 충북이 전국에서 기업의 투자 유치에 있어 최고의 실적으로 보이고 있어 항상 타 시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기업유치 실적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경제적 이득 이면에는 도내 미세먼지 배출 기업의 숫자를 늘려 도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측면도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맑은 공기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잘 살고 싶으니 참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도명과 시명에 들어간 맑을 청(淸)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소박한 도민과 시민의 간절한 바람은 언제쯤 실현 가능할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