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급진적으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루어졌다. 이 회담에서 트럼프의 리비아식 비핵화 '선 핵포기 후 보상 원칙'을 정면거부하고 나온 셈이다. 김정은은 점진적 동시적 비핵화를 주요 내용하는 합의문을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만남은 기대하면서 최고 제재 압박은 계속하기로 했다. 김정은은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선대의 유훈에 따라 조선반도 비핵화실현에 힘쓸 것이다. 남한과 미국이 우리의 노력에 선의로 응하고 평화실현을 위한 계단성·동보적 조치로 평화·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내정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비핵화 방식 논의에 빨리 도달할수록 좋다. 북한이 회담에서 리비아처럼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시간벌기 위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쪼개 단계마다 방법과 보상을 합의하다 협상판이 깨지면 북한이 보상만 챙기고 핵 개발 시간만 벌게 된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동시적 조치는 9·19공동성명에 포함된 '행동 대 행동'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비핵화 관련 조치에 한·미가 경제안보적 보상으로 동시 상응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한·미의 평화안정 분위기조성도 비핵화 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중 정상회담 뒤 중국은 기존의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협상 병행)도 다시 부각시켰다.

 이상에서 보듯 북한과 중국은 한배를 타게 되었다. 북·중은 혈맹관계를 다시 확고히 했다. 중국의 대북 제재도 희석되었다. 우리 측 해법이 꼬일 수 있다는 염려를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북·중 고위급 접촉을 통해 대화의 판을 핸들링 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김정은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핵 무력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핵 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대화의 판이 깨져도 별로 잃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한·미 공조를 긴밀히 하면서 북·미 대화 중매쟁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길 바란다.

 한·미 양국군이 4월 1일 예정대로 대규모 연합훈련인 독수리(FE) 연습을 시작했다. 한·미군은 매년 3월 초 독수리 연습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기간과 겹쳐 일정을 늦췄다. 훈련 기간도 4주로,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최소화하는 등 강도를 낮추고 내용 면에서도 공격보다는 방어 위주다.

 작년만 해도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을 투입한 독수리 연습의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는 언론 공개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로키(low-key)'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키행보가 혹여 안보불감증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안보에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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