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페퍼트는 남아공 출신의 수학자이자 교육자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를 흔들고 있는 AI(인공지능) 연구를 출발시키고, 최초로 어린이용 컴퓨터 코딩 프로그램인 '로고'를 만들어 보급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생물학자였는데, 어린 페퍼트를 데리고 남아공의 오지를 누볐다고 한다. 그런데 페퍼트는 생물보다는 달리는 자동차의 기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서로 맞물려 도는 톱니바퀴와 크기에 따라 차이를 만드는 속도와 회전비를 상상하고 즐겼다고 한다.

 그는 수학의 분수나 함수와 같은 개념을 자신만의 기어바퀴 원리로 해결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과, 더구나 그 재미있는 수학문제들을 재미없게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수학자가 된 그는 한 고등학교 수업을 관찰한 후에 이렇게 말하였다.

 "수학 수업은 선생님이 문제를 주고, 학생들이 풀다가 수업이 끝나면 문제풀이도 끝납니다. 그런데 미술 수업은 다릅니다. 비누조각을 한다면 몇 주를 두고 생각하고 다듬고, 해 놓은 것을 바라보고,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도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서로의 작품을 참조하기도 하지요. 사실 수학자들이 연구하는 방식은 미술 수업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수학 수업은 그렇지 않아요."

 그가 본 수학 수업은 우리나라 수학 수업과 다르지 않다. 그의 말은 왜 우리나라에 '수포자'가 많은지 말해주는 것 같다. 수학선생님은 수업 중에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수포자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 같다. 물리선생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이 '제물포(제 때문에 물상 포기자)'가 되도록 노력한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그는 교육자들이 게임 디자이너에게 학습의 원리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어려울까봐 지식을 잘게 쪼개서 전달하여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하는데, 학생들이 학교 공부를 싫어하는 이유는 어려워서가 아니라 지겹고 따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 공부는 싫어해도 아이들은 게임을 좋아한다. "최고의 게임은 어렵게 도전해서 뭔가를 이루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쉽다고 선정하는 게임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페퍼트는 스스로 머리 속의 자동자 기어를 돌려서 학습한 것처럼 각자에게 의미 있는 도구를 가지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 "어려움의 재미"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학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확장해서 MIT 공대 교수였던 레즈닉은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을 오늘날 전 세계의 학생들이 코딩을 배울 때 사용한다.

 어느 날 기자가 레즈닉 교수에게 "당신이 한 일은 20년 전 페퍼트가 한 일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자 그는 그 질문이 비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흔쾌히 "그렇다. 내가 페퍼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는데 내 인생을 바치는 것에 대해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스크래치 안에 들어 있는 페퍼트의 교육철학은 안 가르치고, 그저 코딩 기술만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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