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지난달 부서 소통의 날 행사로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봤다. 먼저 영화를 본 지인을 통해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직원들과의 관람이라 더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갔다. 눈 쌓인 시골 풍경이 펼쳐지며 주인공이 배낭을 메고 고향집으로 들어서면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주인공 혜원은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바닥이 보이는 쌀독을 닥닥 긁어 밥을 지어먹으면서 고향 생활을 시작한다. 겨울부터 시작한 고향 생활은 큰 소용돌이 없이 사계절이 지나간다. 도시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남자 동창생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는 또 다른 동창생 은숙.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친구들과 함께 동화되었다.

 논과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할 때도, 막걸리를 마실 때도 필자는 그들과 함께 일하고 마시는 기분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 혜원이의 음식 솜씨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입맛을 당기게 한다. 엄마의 솜씨를 닮아서인지 무엇을 만들어도 먹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아카시아꽃 꼬투리를 튀길 때 바삭거리는 소리는 절로 입에 침이 고이게 했다. 아카시아의 달콤한 향기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된다. 막걸리를 정갈하게 담아 친구들과 맛있게 먹는 모습도 너무 행복해 보였다. 감을 까서 곶감을 만들어 처마 밑에 달아 놓은 풍경은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는 행복했다. 특별한 내용이 없음에도 웃음을 지을 수 있고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으로 중간 중간 큰소리로 웃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린 영화이야기만 했다. 오늘 영화를 선정할 때 직원들 중엔 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던 직원도 있었다. 필자의 의견으로 '리틀 포레스토'로 결정을 했지만 혹시라도 재미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로 관람한 모든 직원들이 잔잔하면서도 느낌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옆에 있던 직원이 "동장님 웃음소리가 제일 컸어요." 한다. 그랬다. 모처럼 영화를 보면서 행복하게 웃으며 직원들과의 소통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한 권의 책을 보면서도 울고 웃는다. 요즘 '소·확·행'이라는 신조어를 지면에서 종종 본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란다. 그렇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 멀리 있는 파랑새만 쫓다보면 가까이 있는 파랑새는 발견하지 못하는 법이다. 영화평을 보니 '정말 별거 없는데 치유되는 느낌을 받은 소중한 영화'란다.

 마음을 뉘이고 싶을 때마다 보고 싶은 영화로 처음으로 '아주심기'라는 말을 알게 한 영화다. 먼저 파종을 한 후 새싹을 튀워 수확할 땅에 옮겨 심는 것을 말하는데, 어디 식물만 그러하랴? 우리 사회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바로서기를 하지 않던가! 삼포시대, 사포시대를 거쳐 이리저리 치이고 치인 우리 청년들의 삶이 아주심기로 단맛 나는 양파처럼 단단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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