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어린 시절에 한 친구와 사륜구동 자동차의 엔진이 몇 개인지를 두고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이륜구동 자동차의 엔진이 하나라면 사륜구동은 당연히 엔진이 두 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자동차의 구조를 떠올리며 자동차 앞에 엔진이 있는 것은 보았지만 다른 공간에 그만한 엔진이 들어갈 곳이 없기 때문에 사륜구동 자동차도 엔진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우리는 카센터 사장님을 찾아간 후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당시 그 상황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가 있구나’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전문가의 말에 좀 더 쉽게 동의한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전문적 지식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지식임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카센터 사장님을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합의를 한 이유는 그가 바로 자동차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지식이 얼마만큼이나 전문적인 지식인지 당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지식을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학위 제도와 같은 것들이다.

학위에 성공하면 그는 공인된 진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부터 그 분야의 전문가로 소개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문적 지식이나 그것을 공인해 준 권위를 넘어서는 것이 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것은 가장 효율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경험’이다.

성경을 보면 한 사마리아 여인이 우연히 예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뜨거운 한 낮에 우물가로 나왔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예수도 바로 그 우물에 있었다.

예수는 그녀를 보고서는 물을 한잔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사마리아 여인은 유대인 남자가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인인 자신에게 물을 달라고 하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당시에도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서로간의 사이는 철천지원수와 바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인은 곳 자신에게 물을 달라하는 이가 유대인이나 사마리아인이나 그토록 고대하던 하나님의 메시야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온 물동이도 버려둔 채 마을로 뛰어가 자신이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 당신들도 한 번 와서 보라고 외친다.

그녀의 외침에는 아마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거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금 전까지 그녀 자신이 사람들을 피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녀 스스로가 사람들을 찾아가 외쳤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예수께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도록 만들었는가? 바로 자신이 메시아를 직접 만났다고 하는 확신이다.

경험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또 자타가 공인하는 권위가 없는 사람도 확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다.

경험으로부터 오는 확신은 종종 지식과 권위를 넘어선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짜 배워야할 지식은 이 경험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법이나 장성한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공경하는 방법 등은 가르침보다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식의 습득을 위해 내 삶의 사소한 경험들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나 연인과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일 등도 우리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기회인 것이다.

우리의 성장은 반드시 학교와 같은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가정이든, 학교든, 놀이터든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어느 곳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배움의 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넓혀야 한다. 우리의 배움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지식의 습득만큼이나 경험의 소중함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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