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누구 찍을 거유", "몰러... 좀 지켜보고" 선거철이면 우리 충청권에서 흔한 대화다. 투표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행위지만 집단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여론조사, 각종 뉴스 등이 대표적이고 인간관계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투표의 다중성이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의 각종홍보와 선거운동 정보도 투표에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투표행위는 철저하게 개인적이다.

 투표행위가 철저하게 개별적이기 때문에 '소신'이 중요하다. 철저하게 개인적 행위기 때문에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 내가 누구를 찍었는지가 중요하다. 한 표의 힘은 적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신투표가 선거의 본질이다. 투표과정은 철저하게 보안이 중시된다. 투표장에서 누구를 찍었는지를 공개할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된다. 그만큼 철저하게 개별적, 개인적 행위다. 다만,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집단적이다.

 밴드웨건(편승, 뚜렷한 주관 없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하는 것)효과나 '사표방지 심리'로 이야기되는 '집단적' 행위가 가장 잘 나타나는 건 여론조사다. '될 만한 사람'에게 표를 던져서 '그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뿌듯함이 과연 뿌듯함일까. 오히려 '소몰이 식' 투표행위에 가까워 창피해야 할 일이다.

 투표는 개별행위지만 그 힘이 모이는 집단의 힘은 크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만든 것은 후보 단일화가 아닌 '유권자 단일화'였다. 야당은 표 분산을 우려해 후보 단일화를 외쳤지만 공허했다. 오히려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 주는 유권자 단일화를 통해 정국을 반전시켰다. 당시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각종 여론조사는 틀렸다. 유권자 소신 투표가 '견제와 균형'을 만들었다.

 선거에서 '00을 찍으면 표가 갈라져 xx가 된다'는 구전홍보가 난립한다. 이것 또한 맞지 않는다. 00을 찍으면 00이 된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만을 따른다면, 여론조사 왜곡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여론조작'은 현실정치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여론조사일 뿐.

 우리 헌법엔 투표와 관련, 분명하게 규정한 내용이 있다. 헌법 41조 1항, 67조 1항을 요약하면, '국회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명시했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는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이 평등하게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다. 투표방식은 본인이 직접, 공개되지 않는 자리에서 한다는 말이다. 누구의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국민 각각이 소신에 의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투표의 본질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모두 이렇게 투표권을 갖고 행사한다. 소신에 의한 '한 표'가 결국 세상을 바꾼다. 유권자들이 애를 써야 하는 이유다. 모두 힘내서 투표를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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