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오늘 아침에 가슴 설레며 기침하셨나요? 이불을 개며 오늘은 가장 아름다운 날, 가장 행복한 날, 가슴 뛰는 날이라며 콧노래라도 부르셨나요? 저는 아침 일찍 선거 공보물을 꺼내 방바닥에 놓고 각각의 후보자를 해부하듯 꼼꼼히 흩어보았습니다. 내게 주어진 한 표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선택의 순간이 왔는데도 썩 내키지 않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마음에 두는 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홍보물을 가득 채웠을 뿐 진정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범죄자도 많더군요. 지역의 일꾼이 법과 상식 밖에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정치바람과 흥행을 바라는 얄팍한 사람들은 없는지 걱정도 앞섭니다. 그렇지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선거를 치르기 때문이고,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 바로 투표이기 때문입니다.

 어디 없나요? 사는 게 고단하고 미래가 불안하며 되는 일 없다고 투정부리는 내게 어깨를 어루만져줄 사람, 어떤 길로 가야할지 머뭇거릴 때 함께 가자며 손 잡아주고 등불이 되어줄 사람, 외로움에 가슴 시리고 아플 때 연인이 되고 길 가다가 돌부리에 넘어지면 어서 일어나라며 부추겨 줄 사람 어디 없나요?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한결같은 사람, 삶의 향기 가득한 사람 어디 없나요? 나보다 이웃을 생각하며, 지역과 국가와 인류를 염려하며, 식을 줄 모르는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 어디 없나요? 가슴이 떨릴 때 사랑을 하고 밤낮없이 일을 해야 합니다. 다리가 떨릴 때 편안한 휴식처를 찾아야 하고요. AI를 전쟁에 사용하면 재앙이 올 것이고 문화에 사용하면 삶을 행복해질 것입니다. 그런 사람, 그런 열정, 그런 이웃 어디 없나요?

 작은 일 하나에도 혼신을 다하고 떡 하나도 나눠먹는 사람, 사랑을 위해 갈망하고 열망하며 그 두근거림이 결코 가난하지 않는 사람, 슬프고 외로울 때 더욱 그리운 사람, 그래서 언제든지 달려와 내 곁에 있어줄 사람, 달빛처럼 은은하지만 어둠을 밝히고 저 먼 곳에 뜬 무지개가 허튼 게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어디 없나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풍경은 창을 통해 옵니다. 집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성당에서도, 숲길 들길 골목길에서도 모든 아름다운 풍경은 축복처럼 다가옵니다. 내 삶의 마디와 마디가 되고 추억이 되며 삶의 향기가 됩니다. 그래서 나와 함께 할 사람은 더욱 값지고 중요합니다.

 잘났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 사양합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며 핏대 세우는 사람, 자신의 욕망과 아집으로 얼룩진 사람, 변화와 창조의 새 시대를 읽지 못하는 고루한 사람,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도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사양합니다. 가진 게 없어도 주고 또 주고, 쪼개서 주고, 털어서 주는 사람, 사랑과 봉사와 열정과 창조의 바로 그 사람 어디 없나요?

 박노해 시인은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라고 노래했죠. 그 기적과 신비와 불멸의 향기를 위해 지식과 창조의 연장을, 통합과 공감의 노래를, 정의와 행동하는 양심을 담아 함께 손잡고 내일의 문을 열면 좋겠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앙가슴 뛰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