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초록빛이 가득한 싱그러운 6월에는 국내·외에 굵직한 행사도 많다. 우선 6월 12일 북한·미국의 정상회담이 있고,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사전투표도 8~9일 이틀간 있었지만, 필자는 투표일인 6월 13일, 아침 일찍 투표소에 갔다. 집으로 우송된 투표안내문·선거공보의 후보자 공약과 됨됨이를 살펴보았고, 선거인명부 등재번호를 며칠 전부터 외웠다. 막연한 숫자라 잊을 줄 알았더니 투표할 때 번호를 말할 수 있어 아직 기억력이 건재하다고 자신에게 칭찬해주었다.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사랑하는 것에 지나치게 인색했던 것은 아닐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공보 봉투 겉에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 동네'라는 표어가 씌어있다. 산뜻하고 공감이 가는 참신한 문구라서 인상 깊다. 봉투가 제법 묵직하니, 종이와 선거 경비가 엄청나게 많이 소요될 것이다. 라디오 방송으로 들은 선거와 관련된 여러 통계도 흥미롭다. 우리가 투표하는 투표용지와 후보자의 선거공보·벽보로 사용하는 종이는 30년생 나무 25만376그루가 베어지는 셈이라니, 자연에게 미안하고, 선거도 자주할 것은 아닌 것 같다. 거리에 게시된 후보자의 현수막은 10m 길이 현수막을 한 줄로 이으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국제공항까지 갈 수 있는 거리이고…….

 앞으로 사전투표도 이틀에서 하루만 하고, 후에 결원이 발생하면 재·보선 투표 대신 차점자를 당선자로 하도록 법령을 개정할 수는 없을까. 부지런한 덕을 보아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이라 한산하였다.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문득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주민등록증 생각이 난다. 만약 분실해서 누가 나쁜 용도로사용해도 모를 것 같다. 기표를 하려니 미리 찍을 사람을 정했지만 저마다 '나를 찍어 달라'고 애원한다. 무려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보니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광역지방자치단체의원,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기초지방자치단체의원, 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비례대표, 교육감을 뽑는 투표다. 이 중에서 광역·기초의원비례대표는 정당 투표이다. 그래서 여·야 각 정당들이 불꽃 튀는 운동을 하는가 보다.

 선거일 늦게 당선자 윤곽이 나올 것이다. 모쪼록 당선자들은 이번 지방선거 구호처럼 행복한 우리 동네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심(私心)을 버리고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심(心)부름꾼이 되어야 하겠다. 수많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개인이나 정당이나 약속이 중요하고, 공약은 그 어느 약속보다도 중대하다.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추방될 것은 뻔한 일이다.

 영예의 당선을 한 후보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무슨 일이든지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이번 선거도 우리 정치 수준을 판가름하는 가늠자이고 시금석이다. 투표율이 60.2%(잠정)로 지방선거에서는 '마의 벽'이라는 60%를 돌파했으니 기대가 더욱 크다. 선거구호처럼 아름다운 선거로 행복한 우리 동네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