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6월 12일 상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과 미국의 국가원수끼리 최초로 만나는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센토사섬에 위치한 카펠라 호텔을 무대로 2시간 남짓한 협의 끝에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 항의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참으로 길고도 험한 노정이었다.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는 줄곧 강력한 대북압박정책을 견지해왔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먼저 북한을 쳐야 한다는 '선제타격론'이 미정부 수뇌부에서 제기되었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북한의 핵 도발이 이어졌다.

 2월 12일에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지상발사 실험한 데 이어 북한은 5월 14일에 화성12호, 7월 4일에는 화성14호를 발사하는 등, 신형 또는 개량형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1월 29일에 발사된 미사일은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까지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에 앞서 9월 3일에 실행된 6차 핵실험에서는 최대 300kt로 추정되는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를 보고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마침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전 세계는 순식간에 핵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이 받은 충격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전략적 균형이 완전히 깨졌고 5,200만 국민은 졸지에 북핵의 볼모가 되고 말았다. 나라 전체가 무거운 불안에 짓눌렸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핵항공모함, 스텔스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한국에 급파되고 임전태세를 갖췄다. 핵폭탄 섬광이 터지는 악몽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들고 나왔을 때 이를 조소(嘲笑)하는 이들이 많았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11월 7일, 25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하고 바로 이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쟁 발발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개최 자체가 의문시되던 평창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 평화외교를 펼쳐나갔고, 두 번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그동안 정부가 기울인 노력과 이루어낸 성과는 가히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당분간은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65년 간의 분단을 종식시키고 사상, 경제, 군사 등 세계의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현 상황이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평화, 새로운 시작", 그렇다. 평화를 향한 우리들의 여정이 이제 겨우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포기만 안 한다면 꿈에도 그리던 우리의 소원이 기필코 이루어질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의 평화요 일류 전체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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