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일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고를 것이다. 다양한 분쟁이나 갈등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일명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병역기피자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 자체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병역법은 위 헌법 조항에 근거하여 제정되었다. 다만, 헌법은 국방의 의무 외에도 국민의 권리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고, 특히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중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목적 실현에 적합하며,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도록 하여야 하고, 법익 사이에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을 의미이다.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에 대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으나, 전원일치결정은 아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인정여부에 대하여 전문가집단인 헌법재판소에서 조차 판단이 갈리었다.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과 '양심'이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오해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양심이란 세계관·인생관·주의·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나,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역을 이행하였다고 하여 비양심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신념을 따르는 이들을 사전적 의미의 양심(良心)인 선량한 마음을 가진 이들로 이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의견이나 이해의 차이로 생기는 충돌을 '갈등(葛藤)'이라고 한다. 이는 왼쪽으로 감아 자라나는 칡(葛)과 오른쪽으로 감아 자나라는 등나무(藤)가 서로 얽히고설킨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갈등이 생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갈등은 상반된 두 가지 이상의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문제해결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서로 상이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곧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다만,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서로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는 유연한 시각과 기본적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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