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실업의 범주를 보다 넓게 규정해 체감실업률로도 불리는 청년 확장실업률이 지난 3월 2년 연속 24%였다고 한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질적으로 실업상태인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심정을 읽을 수 있는 '완전히 다른 갑과 을의 성공 확률'이란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같은 수의 금색 구슬과 흙색 구슬이 담긴 자루가 있다. 갑은 2개의 구슬을 꺼낼 수 있고, 모두가 금색 구슬이면 선물을 받기로 한다. 기회는 여러 번 주어져 있어서, 꺼낸 구슬을 다시 자루에 담은 후, 같은 시도를 반복할 수 있다. 갑은 처음 두 번은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시도에서 둘 다 금색 구슬을 뽑았다. 성취감을 맛본 갑은 너무 재미있어 구슬 꺼내기를 400번이나 반복했고, 그중 대략 100번 정도는 금색 구슬만 뽑을 수 있었다. 갑은 금색 구슬을 뽑을 때마다 월급 인상이나 승진, 결혼, 더 넓고 좋은 주택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반면 을은 10개의 구슬을 꺼내 10개 구슬 모두가 금색 구슬이어야만 선물을 받기로 했다. 을은 갑에 비해 자신의 조건이 너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주어진 기회이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0개의 구슬을 꺼내 확인해 본다. 하지만 10개 구슬 모두가 금색일 가능성은 예상대로 너무나 희박하다. 그래도 참고 서너 번 반복해 보았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한다. 앞으로 몇 십번을 더 한다 해도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을은 절망하며, 구슬이 담긴 자루를 헬(Hell)자루라고 부르며 더 이상 구슬 뽑기를 포기한다. 이때 갑이 을에게 말한다. "헬자루라 빈정대지 마라. 겨우 몇 번 꺼내 보고 포기하느냐. 나는 400번 까지 꺼내 보았다. 서너 번 실패했다고 구슬 뽑기를 포기하는 너희들의 그 빈정거림과 나태함에 화가 난다"

모 대학 교수가 SNS상에 올려 화제가 되었던 글과 많이 닮아 있다. '작은 수 법칙의 오류'라는 이론이 있다. 작은 수의 관찰에서 얻은 결과를 일반적인 결과로 생각하는 방식의 사고 오류를 뜻한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성장하는 동안에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아주 특별한 사건들을 경험해 왔다. 이 시기에는 개인의 노력이 바로 삶의 질을 개선해 주었다. 기성세대는 이때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청년들에게 너희도 자신처럼 더 열심히 삶을 살라고 다그친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집요한 지적질에 지친 청년들은 이들을 꼰대라 부르며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한다.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꼰대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내 말대로만 하라며 우기는 스타일'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 스타일' '내가 해봐서 안다는 전지전능 스타일' 등이 꼽혔다고 한다. 기성세대와 지금의 청년들은 다른 조건에서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자신의 아들, 딸을 포함한 청년들에게 꼰대로 낙인 찍혀 대화상대로 거부되고 싶지 않다면 혹시라도 자신에게 이러한 꼰대근성이 없었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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