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40-50대를 일컫는 중장년은 우리 사회를 떠받쳐온 기둥이다. 그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생의 전성기를 맞이하여 한참 일할 나이며, 현실적으로도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때다. 위로는 노부모 봉양이라는 숙제가 있고, 아래로는 교육, 결혼 등 자녀를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어 한국의 중장년은 말 그대로 샌드위치 신세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그들은 타의적으로 직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정부는 금융 공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에게도 40-50대 중장년을 내보내고 20-30대 청년을 더 뽑으라는 아이러니컬한 지시를 내렸다. 국가가 준비되지 않은 희망퇴직을 종용한 것이다.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많은 퇴직금을 주고 희망퇴직을 유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반 회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늦어도 50대 초중반에는 퇴사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직장 밖으로 등 떠밀려진 50대 가장의 실업률이 역대 최고라는 자료가 나왔다. 올해 1분기의 취업 경험이 있는 50대 실업자는 16만 명을 넘어 1999년 통계 집계 이후 같은 분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0대의 고용 사정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최근 연이은 산업 구조 조정의 여파로 중장년 취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음식업, 숙박업 등의 취업자가 크게 감소했고,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인해 관련 산업의 취업자가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눈에 띠게 악화된 중장년층의 고용 사정은 가계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절박하게 수입이 필요한 그들은 재취업을 꿈꾸지만 고용절벽이라는 현실 앞에 이내 절망하고 만다. 그들 가운데 운 좋게 재취업에 성공한 소수를 제외하고 상속 재산이나 특별히 모아둔 재산이 없는 대다수의 실업자들은 급기야 빚더미 위에 앉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장년은 이런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느라 적어도 30년 정도는 남아 있을 자신의 노후에 대한 대책을 세울 엄두도 낼 수 없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이들이 머지않아 빈곤 노인층을 전락하게 되고 그때 발생할 사회적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지금도 만 원 이하의 돈으로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 수가 점점 증가할 노인의 생계  문제는 장차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극단적 선택을 하는 중장년이 생기고 남겨진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생활고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우리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것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으로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중장년의 고용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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