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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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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9  14: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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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선뜻 밖을 나서기가 무섭다. 7월, 땡볕이 똬리 틀고 앉아 지글지글 대지를 지지고 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열기를 비집고 한 줄기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늘어져 있는 이파리들을 흔들어 깨운다. 책을 읽자 한다. 얌전히 제 혼자 들어 앉아 읽자는 것이 아니다. 다 같이 손잡고 나서서 정신문화에 푸른 바람을 일으켜 보자고 한다.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는 지역사회 동력을 창출해 나가자는 취지이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우선 일반부분과 아동부분의 도서를 각각 한 권씩 선정하여 독서릴레이 형식으로 돌려 읽음으로서 책 읽는 분위기를 확산하고, 전 군민의 독서 생활화를 이루고자 함이다. 그동안 진천군립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 및 사서, 관련단체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2018년 진천의 책'이 선정되어 선포식을 갖게 됐다.

'책 읽는 진천 선포식'은 7월 20일 포석 조명희문학관에서 갖는다. 독서릴레이 대표 주자에게 도서 전달식을 시작으로 전군민의 책읽기 운동을 전개해 나가게 된다. 북 콘서트를 비롯하여 선정 도서와 관련된 연극 및 공연을 갖는 한편, 새마을문고 도서 나눔 행사도 같이 열린다. 이후 작가와의 만남, 독서감상문 대회, 각종 토론회를 통해 책과 좀 더 친숙해지고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연중 다양한 독서문화 활동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하나의 작은 물방울이 되어 정서적으로 목마른 누군가에게 생명수가 될 수 있지만, 작은 이파리만큼 미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잎새 하나의 나풀거림이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고, 살아갈 힘과 용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 회색빛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도 처음엔 여린 잎 하나로 무모한 시작을 하지 않았던가. 도종환 선생의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잡고 올라간다.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올라가 결국 그 벽을 푸르게 다 덮는다. 이것이 함께함의 힘이다.

활자보다 영상매체가 선호되고 있는 시대다. 책 읽기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휴대폰을 통해 메시지를 급하게 주고받는다. 잘못된 글자 투성이에 알 수 없는 신종어가 난무한다. 바르지 못한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버젓이 쓰이고 있다. 이제 막 한글을 배워가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혼선을 주기에 딱 알맞다. 연필로 종이에 글씨 쓰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다. 어느 백일장 대회에서 휴대폰에 직접 글을 써서 마지막으로 원고지에 옮겨 적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펜으로 종이에 글씨를 쓰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그것이 익숙해서란다.

나 역시 컴퓨터로 글을 쓰기 때문에 연필을 들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처음엔 커서가 재촉하듯 앞에서 껌뻑거리고 있어 신경이 쓰여 글이 나오질 않았는데 어느새 기계에 익숙해져 있음을 발견한다. 이러다 정서까지 기계화 되는 건 아닌가 싶다. 같이 있어도 눈 마주보고 대화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각자 휴대폰을 보고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책읽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긴 글은 더욱 그러하고 짧은 글조차 영상에 밀리는 현실에서 오늘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을 통해 종이책 읽기의 출발점은 중요한 의미를 준다.

일찍이 연암 박지원은 말했다. '무릇 선비는 아래로 농민, 상공인과 나란히 서고, 위로는 왕과 벗하며, 지위는 등급이 없고 덕을 아름다운 일로 삼으니 한 선비가 책을 읽으면 그 은택이 온 세상에 미치고 공훈이 만세에 드리워진다.' 책읽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어디선가 시원한 매미소리와 어울려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가 낭랑히 들려올 것만 같다. 문득 사각사각 연필 걸어가는 소리가 와 닿는다. 펜촉을 타고 흐르던 잉크냄새가 그립다. 갈래머리 여고시절 수업시간에 몰래 맘 졸이고 보던 그 소설이…. 아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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