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일전에 꿈·끼 탐색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중학교 전교생을 한 곳에 모아 놓고 특강을 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특강은 PPT와 영상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그룹 뮤직 비디오 몇 편과 질문과 답변을 잘하는 학생들은 위한 상품까지 준비했지만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공부, 나도 잘 할 수 있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강은 우리나라 학생들 모두는 공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에서 착안되었다. 학생들은 누구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학생들의 바람이라기보다는 학부모의 바람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지 않다. 그러니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에 있는 나라보다 몇 배나 많은 공부를 하면서도 최상위에 오르지 못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에 교사의 말에 집중하고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무엇보다도 사교육에 의지하기보다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공부에 가장 기초적 과정이라 할 수 있는 필기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학생들은 영상매체에 익숙하여 공부도 눈으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몸에 있는 오감 모두를 작동시키지 않고 단순히 시각에 의존하는 공부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필기는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기본적 방법이다.

필기할 공책은 미국의 코넬대학교 월트 포크 교수가 개발한 코넬 공책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코넬 공책은 공책 왼쪽 4분의 1지점에 세로로 줄이 그어져 있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책이다. 이 공책은 4등분 즉, 공책 윗부분과 왼쪽 및 오른쪽 그리고 하단부로 나누어진다. 윗부분 제목 칸에는 과목명, 교사명, 날짜를, 왼쪽 핵심 칸에는 핵심 키워드나 제목을, 오른쪽 필기 칸에는 평소 필기하는 내용을 적는다. 그리고 공책의 하단부 요약 칸에는 공책 오른쪽 칸에 기록한 것 중에서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는 코넬 공책 필기법이 학습 효율을 20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필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검은색, 푸른색, 붉은색 등 3가지 정도의 색상이 있는 필기도구를 갖추는 것이 좋다. 검정색은 일반 필기용으로, 파란색은 내용을 추가하거나 보충 설명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다. 빨간색은 밑줄을 치거나 핵심 내용을 강조할 때 사용하면 효율적이다. 이러한 색 필기도구를 코넬 공책에 활용하면 공책 위쪽 제목 칸과 오른쪽 필기 칸은 검은색, 왼쪽 핵심 키워드 칸은 파란색, 하단부 요약 칸에는 붉은색을 사용할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행복한 아이들이 대학생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그것을 누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행복교육이 선언적 문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역량이라도 길러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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