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철이 없다'거나 '철이 든다', '철 들었다'고 할 때 '철'은 계절을 말한다.'철'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뤄진다. 자연에선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거둬들인다. 겨울엔 휴식.이를 어기고 봄에 휴식하거나 여름에 씨 뿌리거나 가을에 가꾸거나 겨울에 거둬들이려고 하면 뒤죽박죽이 된다. 아무 것도 거둬들이지 못한다. 생산물을 거둬들이기 위해선 적절한 시간도 필요하다.

봄에 씨를 뿌리고 겨울에 거둬들이기까지, 때마다 거름도 주고 물도 줘야 한다.한여름 땡볕은 곡식과 농작물을 자라게 하는데 꼭 필요하다.올해 같은 무더운 여름이 없다면, 소중한 생산물도 없다.한겨울 추운 날씨는 오히려 병충해를 막아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과정 없이 생산된 농산물은 제 맛이 나지 않거나 부실하게 된다. 때를 놓친 농산물은 '철지난' 생산물이 된다. 이런 생산물은 '철이 없거나, 철이 안든 것'이다. 제대로가 아니다.
 
인간사에도 자연에서와 마찬가지다. '무엇을 해야 하는' 때가 중요하다. 옛말에 '빨래는 해가 머리 위에 뜬 한낮에 말려야 하고, 칼을 빼었으면 반드시 잘라야 한다'고 했다. 한낮에 빨래를 말리지 않으면 때를 잃는 것이고, 기껏 칼을 빼고도 아무 것도 자르지 않으면 유리한 기회를 잃게 된다. 불도 막 피워 오를 때 끄지 않으면 큰불이 되어 끌 수 없게 되고, 작은 일이라도 꼼꼼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연은 조화롭게 유지되기 위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한다. 계절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끊임없이 철이 드는 셈이다. 그래야 안정된다.

인생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상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철이 드는 때가 생긴다. 철이 들게 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구분을 한다.무엇을 해야 할 때를 알게 된다.아울러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도 알게 된다. 철이 들게 되면,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솔선수범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속담에 ' 철들자 망령 한다'는 말처럼 나이가 먹어도 철들기가 쉽지 않다.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더 고집이 세지거나, 철없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철이 들려면,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살펴야 한다. 스스로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주변을 잘 돌볼 수 있으면 철이 든 것이다.아이가 너무 어른 같이 행동하면 '애 어른'이라 하고 어른이 아이 같이 하면 '어른이'라고 한다.'철부지'는 철없는 어린아이를 말하기도 하지만, 철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철이지만, 철이 드는 과정이니 잘 살펴서 현명하게 보내자. 이 계절은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한번뿐인 2018년 여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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