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국민연금 개편안을 둘러싼 국민적 반감이 극한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모아둔 자금을 탕진하고 급기야는 남은 자금마저 멀지 않은 시기에 바닥이 날 것이라는 소식에 국민연금 무용론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 같은 비난에 청와대까지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동의 없는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확대라는 기본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여당인 민주당도 확정되지도 않은 걸 밖으로 새나가게 해서 혼란을 부르냐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 화살을 돌렸다.

물가상승률을 반연해 소득이 없어진 은퇴자들의 노후지원이 목적인 국민연금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계륵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을까.

국민연금은 매 달 소득의 9%를 보험료로 40년 동안 가입했다고 했을 때 평균적으로 낸 돈의 1.8배를 돌려받도록 설계가 돼 있다.

소득 최하위 구간은 낸 돈의 4.5배를 연금으로 받고, 소득이 가장 많은 구간에 포함 돼도 1.4배를 돌려받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데 있다.

1988년 첫 도입된 국민연금은 40년 납부시 소득대비 수령 비중이 70%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령비중이 점점 떨어져 지금은 45%, 10년 후엔 40%까지 떨어지도록 설계가 바뀌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수급권자의 급증으로 이유를 돌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2060년에는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모든 이유는 접어두고, 해법은 간단하다.

더 많이 걷고 덜 주는 방식이나 기금운용을 잘 해서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만큼 확실한 대안은 없다.

국민적 반감을 무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정부와 공단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국민여론이 곱지 않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 5월 말 현재 634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규모다. 적립금은 계속 늘어 2043년 2500조 원대까지 불어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산출근거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5%대 이상을 유지할 때 얘기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7.28%로 전년보다 2.59%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의 수익률은 0.49%로 급락했다. 특히 국내주식 수익률은 지난해 26.31%에서 올해 ―1.18%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패에도 그 누구하나 책임지는 이들이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금 운용의 실질책임자이자 수장인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째 공석이다.

1952년생 이전은 60세부터 연금을 받았지만 점차 늦어져 1969년생부터는 65세에 연금을 받는다.

60세에 퇴직하고 나면 65세까지 5년간 '소득 절벽'이 생기는 동안 무엇을 먹고 살라는 얘긴지 해답이 없다. 

국민연금 개편에만 휘말려 대안이 없는 대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말로는 국민을 위하고 뒤로는 국민을 등치는 일은 그 어떤 이유로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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