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 청원보건소 건강증진팀 주무관

 

[김아영 청원보건소 건강증진팀 주무관] 술 먹은 뒤 힘들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혹시 '한 번의 술자리에서 7잔 이상(남성 기준, 여성 5잔) 마시는 경우가 1주일에 2회 이상'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고위험 음주군에 해당된다. 즉 음주량과 음주 횟수가 너무 많다는 의미이다. 음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잘못된 음주문화 폐해 개선이 시급하다.

술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 적당히 마시면 물질대사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적당히' 란 기준이 무엇일까?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르면 건강을 해치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저위험 음주량은 주 1회 이하, 5잔(남성 기준, 여성 2.5잔) 이내이다.

절주 클리닉을 운영하며 대상자에게 이러한 설명을 하면 "사회생활을 하지 말라는 거냐" "지나치게 적은 양이다" "그건 술을 끊으라는 말이다"라며 "그렇게 먹어도 건강검진받아보면 문제없더라, 아직은 괜찮다."라는 안타까운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술병 한 곳의 경고 문구를 본 적 있는가?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특히 임산부의 음주는 기형아 출생률을 높입니다.' 지금 당장 술을 마셔도 건강상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 경고 문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침묵의 장기, 간'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건강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고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 건전한 절주 습관이 중요하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생활 속 절주 습관'부터 실천해보자. 첫째, 자신의 주량을 지키고 남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주량이란 '마시고 견딜 정도의 술의 분량'이다. 따라서 완전히 취하는 것이 아닌 취기가 적당히 느껴지는 정도이다.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술은 거절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둘째, 음주를 조장하는 원샷, 폭탄주, 벌칙주, 파도타기 등의 음주문화는 지양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폭음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셋째, 음주 후 3일은 금주한다. 지속적으로 먹을 경우 지방간이 생길 수 있고, 이것이 악화되면 간염, 간경화, 간암에까지 이를 수 있다. 넷째, 조금씩 나눠 천천히 마신다. 술을 따를 때, 절반씩만 따라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간의 부담도 줄고,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절주가 가능해진다. 최근 1/2잔만 따를 수 있는 '절주잔'도 이슈가 되고 있다. 다섯째, 대화를 많이 하며 물을 충분히 마신다.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물을 수시로 함께 마실수록, 체내 알코올이 체외로 빨리 배출된다고 한다. 대화의 질도 높이고, 술도 덜 취하는 방법이다.마지막으로 회식자리에서 '119 절주 운동(1가지 술로, 1차에서 끝내고, 9시 이전에 마무리)을 활성화하자.
 

절대 술을 마시거나 술을 권해서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혹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거나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다면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거나 없는 사람이다. 이는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지 못한 채 발암물질 상태로 체내에 축적돼 매우 위험하다. 또한 B형·C형 간염 보균자라면 절대 음주를 해선 안 된다. 이는 기름 위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단 한 잔만으로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금주해야 한다.


적당히 마시면 기분 좋은 한 잔이지만, 적정선을 넘게 되면 독이 되는 음주. 이제는 술에 대해 관대한 잘못된 음주문화를 근절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 건전한 음주문화의 적극적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변화의 시작은 어렵지만, 내가 먼저 실천하는 건전한 절주문화가 곧 나와 가족, 사회에 행복한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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