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목숨에 크나큰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영혼이 육체를 드나드는 유체이탈(流体離脫)을 하게 된다.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던 사람들이 경험했다는 유체이탈에 관한 자료와 의료 종사자들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죽는 순간 즉 목숨이 위협받게 되는 순간 영혼은 육체를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혼이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는 일도 가능하며 병원과 같은 장소에서는 의사들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도 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되는 영들의 경우 대부분은 남겨진 육신의 변화에는 관심이 없어짐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은 적어도 장례식 때까지라도 자신이 죽은 장소 근처에 머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지상에서는 며칠에 해당하는 시간이지만 영혼들의 시간으로는 일 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이 죽은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은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았을 때 더욱 심하다. 살해당했거나 사고로 죽음을 맞았을 때는 놀라움이나 노여움에서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한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탓에 특히 더 심하다. 오랫동안 병을 앓다가 죽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인간의 형태로부터 갑자기 분리 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장례식을 3~5일 장으로 잡는 이유인 것이다. 영혼들은 자신의 육체가 매장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없지만 그럼에도 한때는 육체를 지니고 살았던 자신의 생을 남아있는 친척이나 친구들이 존중해 주기를 기대하며 또 그것을 감사히 여긴다.

간병인들의 말에 의하면 임종에 이른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주 평화로운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우주적인 그 무엇이 저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것은 아름답고 평안한 것이라고 깨닫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영혼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면 지상에서 살았던 몸으로부터 자유를 얻었음을 깨닫고 평화롭고 친근한 곳으로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자들이 많다. 한마디로 이들 영혼들은 자유로움에서 오는 터질 듯한 환희감에 도취되는 것이다. 죽음 이후의 영혼들의 이동 여행은 아주 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지상을 떠날 때 터널 속을 지난다고 하는 것은 영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지상을 떠난 영혼이 그들의 영계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일정하지가 않지만 영적인 장소에 도착해서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같다.

땅에서 좀 떨어진 느낌인데 긴 터널 속을 지나면 저 끝 어딘가에 동그라미 모양의 빛이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자신을 힘껏 당기는 느낌과 부드럽게 이끄는 느낌, 끌려다니는 기분 등 묘한 기분을 느끼는데 구름이 낀 듯한 엷은 안개 속에서 마치 안내자의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오 멋져라! 이 아름다운 곳에 내가 다시 돌아왔구나.”하는 안도의 숨을 쉬게 되며 풍경소리와 같은 음악이 들리고 종소리와 같은 선율이 음계의 파장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런 음파는 영혼들이 사후세계에서 느끼는 소리로 우주의 에너지와 같은 음악이며 그들에게 생기를 주는 소리다. 간혹 영혼들이 지상에서 보았던 형상들을 만나기도 한다. 즉, 도시, 집, 학교, 정원, 산, 해변가 등을 보았다는 영혼들은 지상에서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 기억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를 불어넣듯 신화적인 꿈이 가득 찬 바람결로 부드럽게 영혼의 마음에 속삭인다. 또 야생화 가득 핀 들판, 먼 곳에 우뚝 서 있는 성곽의 탑, 활짝 열린 하늘에 걸린 무지개 등의 모습을 보고 꿈결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