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요즘 아시안게임에서 입상한 선수들에 대한 병역특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병역법에 의하면, 운동선수들이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면, 예술·체육요원이 된다. 예술·체육요원의 의무복무기간은 2년 10개월인데(현역 육군 2년), 이 기간 동안 예술·체육 관련 특기를 활용하여 544시간 봉사활동을 하여야 한다. 이 봉사활동만 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되니, 상당한 특혜다.

위와 같이 병역특혜를 두고 있는 이유는 예술·체육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 그 능력을 계속 보유·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 전체로도 이익이고, 또 국위를 크게 선양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보상은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제도는 1973년 4월 도입된 후 여러 변천과정을 거쳐 왔다. 2002년 월드컵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그런 선수들에게도 병역 특혜를 주는 것으로 법령을 바꾸었다가, 거센 비난에 2007년 이를 삭제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매월 100만원의 연금에 포상금 6,000만원, 은메달은 연금 75만원에 포상금 3,000만원, 동메달은 연금 52만원에 포상금 1,800만원을 받게 된다. 대부분 20대에 메달을 따는 것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혜택이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금은동메달에 각각 120만원, 70만원, 4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지고, 10점, 2점, 1점의 연금점수가 쌓인다.
 
이런 경제적 혜택이 있음에도 국제대회 주요 입상자들에게 병역 특혜를 주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형평성에서 큰 문제가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남녀 간의 생물학적인 차이를 고려하여,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것을 다르게' 하는 것이라 차별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외 주요 대회에서 입상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병역의무자들과 달리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하는 것이라 평등에 반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스포츠정신의 왜곡이다. 스포츠정신이란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결과는 그 다음이다. 그런데 병역의무를 부담하는 우리나라 일부 남자 선수들은 경기에 순수하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대만이나 일본 같은 경우 축구, 야구 등에서 올림픽을 대비하여 20세 전후의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을 꾸린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종목의 경우 병역혜택을 염두에 두고 일부 선수를 선발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 경기에서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찰 때 손흥민 선수가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뒤로 돌아선 모습에서 병역특혜에 대한 그의 간절한 소망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것이 좋게만 다가오지 않았다. 내게는 병역특혜의 그늘이 스포츠정신을 덮은 모습이었다. 지금의 병역특혜 제도는 축소나 폐지 쪽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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