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급격한 산업화는 인구의 도시집중화 현상을 불러오면서 도시는 비대해지고 농촌은 그야말로 공동화되어 주인 없는 헌집들이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농촌은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는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 배운 게 농사밖에 모르는 기성세대들은 어려운 농촌여건을 버텨가면서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 이제 우리 농촌의 고령화 수준은 이미 초 고령사회 (65세 이상이 20%이상인 사회) 에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통계청의 2017년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농촌의 70세 이상의 초 고령 인구 비율이 30.1%로 나타났으며 농가경영주가 70세 이상인 농가도 전체농가의 41.9%로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이면서 홀로 사는 경우도 18.5%로 나타났는데 이중 연소득 2,000만 원 이하가 79.1%나 되었고 24.7%는 거의 소득이 없거나 연 120만 원 이하 인 것으로 나타나서 농촌노인들의 삶과 농촌의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촌의 고령화는 이처럼 경제적인 면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고령자의 농기계 사고, 독거노인들의 복지 문제, 농사짓지 못하는 토지의 증가 등 온 국민이 부담해야하는 사회적 비용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는 점이다.

더욱이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을 이유로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까지 떨어져 지난 6월의 합계 출산율이 1.05를 기록하는 등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촌의 고령화는 노동력을 일상으로 해야 하는 농업이라는 산업 상 특성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작목별로 농번기의 일손부족 문제는 물론 고추농사나 벼농사와 같은 힘들고 어려운 농사를 포기하는 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등 고령화에 따른 많은 문제점들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 공동화된 농촌에 귀농귀촌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데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된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귀농귀촌 인구는 귀농귀촌인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50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귀농귀촌인의 총수는 516,817명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특이한 점은 2017년 귀농인 중 40세 미만의 젊은 층이 51%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귀농귀촌의 실태를 분석해보면 해가 지날수록 40세 미만의 젊은 층과 여성귀농 가구주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노령화되고 있는 농촌에 귀농귀촌인 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고령화된 농촌에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활력소가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인데 지난 8월 21일 경북 봉화의 어느 면사무소에서 귀농 인이 저지른 총기 사고를 보면서 귀농인과 원주민과의 화합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이고 미개방적인 원주민들과 그들보다 조금은 젊고 학업수준도 높은 귀농귀촌인 사이엔 늘 벽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잘 해소하고 화합하는 지역이야말로 그 어느 지역보다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귀농귀촌인들은 자신들이 젊고 더 많이 배운 점을 우윌 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지역에 기부한다는 마음으로 빠른 시간 내에 농심(農心)을 체득해서 원주민들과 공감하는 기술을 지녀야 한다. 먼저 손 내밀고 먼저 기부하고 먼저 인사하고 먼저 나서보자. 그러면 원주민들도 반드시 손을 내밀고 환영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원주민들은 우리지역에 들어온 귀농귀촌인들이야 말로 우리지역의 새로운 에너지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들과 잘 융합하면 그들이 지닌 새로운 지식들이 우리지역에 전파되면서 새로운 기운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농업이라는 산업은 끝없이 추락하는 산업이 아니고 언젠가는 최고의 산업으로 다시 부상한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예측이고 보면 지금 우리 농촌의 환경으로는 미래 최고의 산업을 책임질 인적구조가 어렵다는 점에서 분명 귀농귀촌인 들은 우리 농업과 농촌에 힘이 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시작이라고 하는 귀농귀촌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할 것이며 점점 더 젊은 층의 유입 또한 증가할 것이다.과연 어떤 멋진 상생프로그램으로 귀농귀촌 인들을 우리지역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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