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4번째 친서를 보냈다.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보낸 4번째 메시지에서 ‘핵시설 신고·사찰 약속, 종전선언, 신고·사찰 이행’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와 종전선언 우선을 앞세워온 북 당국 간의 입장 차를 좁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김정은이 다급한 게 여실해 보인다. 미국 NBC 방송은 “올 핵무기 5 ~ 8개 제조 미 정보당국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NBC는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와 전직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NBC는 ‘트럼프의 훈훈한 트위트는 잊어라. 그의 팀은 북한을 엄중 단속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올해 5∼8개 신형 핵무기를 제작했을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욱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해 초부터 김정은은 5∼9개의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지 않았고 오히려 ‘핵무기화’를 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김정은의 이중적 태도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북한의 핵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며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놨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정기이사회에 출석한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사무총장은 최근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의 추가 핵 개발이 계속되며 심각한 우려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유감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IAEA는 지난 8월에도 보고서를 통해 영변 재처리공장 방사화학연구소에서 올해 4월 말부터 5월 초에 걸쳐 병설 증기 히터를 가동한 흔적이 보였으며, 연구소 주변 구룡강에 새로운 냉각 설비를 설치해 성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 핵 2라운드, 대북 메시지 분명해야 한다. 북 요구 종전선언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았다고 북한이 변했다는 것은 희망 사항일 수 있다. 북한은 9·9절 공동 축하문에서 ‘평화 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운운하고 ‘최강의 전쟁 억지력’ 보유를 강조하면서 핵보유국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우리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재래식 신무기를 선보여 우리를 철저히 견제하고 있다.

정부가 11일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그 이행 비용으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세금 6438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금융위원회는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북한 인프라 투자 비용을 철도 85조원, 도로 41조원 등 153조원으로 추산했고 미래에셋도 112조원으로 예상했다. 어림잡아 100조원 넘게 들어갈 수 있는 대북 지원에 대해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을 감추는 것이다.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협약을 국회에서 비준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폭탄을 단 한 발 남김없이 없애야 한다. 그 전에 막대한 지원을 하면 그것은 핵 인질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은 북 핵 폐기가 명백하게 실천 단계로 들어가고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됐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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