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예 청원보건소 내수지소 주무관

[서지예 청원보건소 내수지소 주무관] 미소의 힘은 강력하다. 사람의 첫인상은 미소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소는 갓난아이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출생 후 5주가 지나면 아이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미소를 짓는 사회적 미소(Social Smile)를 보인다. 사회적 미소는 꼬물거리는 갓난아이에서 점차 서로 소통 가능한 사회적 인간이 되어가는 사회성 발달의 첫 단계인 것이다.

이처럼 나는 미소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첫 발령을 민원의 일선인 보건지소로 받았을 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게 만들자!’라는 신규다운 어이없으면서 발랄한 목표를 세웠다. 내소한 민원인이 나의 미소를 보고, 내수보건지소와 청원보건소 나아가 청주시청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당찬 목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6개월간의 신규 생활을 돌이켜보면, 내수보건지소가 좋은 기억으로 남은 건 내소 민원인보다 내가 아닌가 싶다. 내 미소를 보고 ‘젊은 아가씨가 어쩜 그렇게 상냥하게 웃을까’라며 친손주 대하듯 해준 어르신 덕분에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또 더운데 머리 풀고 뛰어다니면서 일하면 덥지 않으냐며 한 아주머니께서 건네준 머리끈 덕분에 마음은 따뜻하고 몸은 시원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이렇듯 지난 6개월은 사회적 미소를 짓고 있던 햇병아리 주무관인 나를 민원인들이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시켜준 고맙고 행복한 시간들이다.

시작은 신규 공무원으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건넨 미소였다. 그런데 내 미소는 민원인들의 넘치는 정 덕분에 큰 사랑이 돼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고,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나는 ‘내수보건지소에서 나는 누구인가’보다 ‘내수보건지소와 민원인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신규로서 부족함이 많은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민원인들 덕분에 나는 내수보건지소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건강프로그램 참여로 방문하신 김에 치매선별검사라도, 장날에 장터에 왔다가 더워서 쉼터로 방문하신 김에 폐렴구균 무료접종이라도 해드리려고 노력했다. 귀찮을 만큼 민원인들을 사랑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사랑할 시간인 것이다.

관심이 지나쳐서 잠결에 울리는 핸드폰을 받을 때 근무시간처럼 ‘안녕하십니까. 내수보건지소, 서지예 주무관입니다.’라는 헛웃음 나오는 바짝 긴장한 신규스러운 습관도 생겼다.

봄이 한창이던 4월에 임용돼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서 민원인을 맞이하고 있다. 내수보건지소에서의 생활은 봄날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모든 만남이 설렜고, 여름날 내리쬐는 햇살처럼 모든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공직 생활을 해나가면서 모든 순간이 지금처럼 즐겁고 설렐 수 없고, 힘든 시기나 고비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수보건지소에서 받은 좋은 기억과 넘치는 사랑을 떠올리며 헤쳐나가면 어떤 시련이 다가오더라도 훌륭하게 잘 극복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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