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올 여름 지구촌이 얼마나 더웠으면 늘 여름을 좋아하던 모기도 119에 실려 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만큼 지난 여름은 너무나 극한적이었다. 어느새 그 여름도 물러가고 이제는 9월의 청아(淸雅)한 바람과 자연의 깊은 생명력이 온 누리에 스며들고 있다. 왠지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는 계절이다.  훌쩍 높아진 하늘과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은 그런 가을이다.

인간은 본래 자신의 삶을 살피고 끊임없이 변화시킬 수 있는 이성적 존재이다. 그러기에 한 동안 밖으로 향하던 마음들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 성찰을 도모해야 된다. 성찰(省察)이란 '자신의 한 일을 깊이 되돌아보는 것'으로 주로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정신적 활동이다. 나무가 오래도록 그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나무 스스로가 진지하면서도 깊이 있게 성찰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즈넉한 가을이 무언가를 채우려는 성숙의 계절이고 보면 우리는 성찰을 통해 무언가를 채워 성숙해 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호젓한 추경(秋景)의 길을 혼자서 거닐어 보기도 한다.

헤르만 헷세는 그의 시 '가을날'에서 "숲속의 나뭇가지 금빛에 타오르는 내 사랑스런 그이와 몇 번이나 거닐던 길을 이렇게 나 홀로 거닌다."라고 읊었다.시인 김현승의 시에서도 '가을의 기도'의 중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홀로 거닐 때 주위를 천천히 둘러 살피고 내면의 깊은 곳을 비춰볼 수가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성찰의 시간을 얼마나 갖으며 이를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삶이 단단해지고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인생의 여정(旅程)에서 고난과 역경을 겪기도 한다. 때로는 그 만큼 힘들고 어려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주어진 무거운 짐 내려놓고 비워진 마음으로 헐거운 여백을 만들어 자신의 삶을 반추(反芻)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그 동안 난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말이다.

무릇 인간의 삶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자기답게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성찰로 자신의 가치관(價値觀)을 정립해야 한다. 올바른 가치관이야말로 인생의 정신적 나침반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흔들림 없이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 하였다. 그 만큼 사유(思惟)와 성찰과 같은 정신적 활동은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이다. 요컨대 사유(思惟)와 성찰적 삶은 오늘을 딛고 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갈 수 있는 힘과 지혜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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