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여보, 급한 일이야. 내 통장으로 5000만원만 부쳐줘." 남편, 또는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당황해 곧바로 돈을 송금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이것이 '보이스피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 때문이다. '나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은 절대 금물이다.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누구나 속아 넘어갈 만큼 고차원의 지능범죄가 보이스피싱이다. 이제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진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피해액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0% 넘게 급증했다. 아직도 이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있는가 생각이들 정도로 황당하다. 실제로 전국 각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는 한 주마다 몇 건씩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접수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은 기존의 대출금을 상환한다는 명목으로 개인 명의 계좌로 이체하라는 수법은 100%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유념해야 한다.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아무리 예방 홍보를 벌여도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보이스피싱 전화를 너무 쉽게 믿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의 범행 수법은 남녀와 연령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으로 진화되어 가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우리나라에 2006년 처음 등장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16만여 건이 발생, 피해액이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당국이 집계했다.
 
보이스피싱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일단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의심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중국 쪽의 범인들은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멘트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범죄로 유도한다. 상대방의 전화한 용건을 기억했다가 114를 통해 기관 등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한 예방법이다. 또 범인들은 전화를 받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려 장시간 통화를 유도하는 수법을 쓰는 경우도 있어 의심스러우면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는 것도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기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가계 파탄 등 2차 피해까지 유발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금감원은 10월 한 달간 금융권과 공동으로 '보이스피싱 제로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니 국민들도 적극 참여해 피해 예방에 앞장서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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