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서울시내 중·고등학생의 두발 규제가 내년 2학기부터 완전히 사라질 것 같다.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은 물론 파마나 염색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까만 생머리의 뒤통수만 가득한 교실 풍경이 단풍이 든 가을처럼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 같다.학교 꼴이 말이 아닐 것 같아 답답할 뿐이다. 부모의 속 타는 마음이 벌써 귓전을 맴돌고 있다.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 패딩 점퍼, 가방, 신발에 이어 이번에는 머리모양까지 유행이 번지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자유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가운데 두발 자유화 여부의 논쟁은 점차 학생들에게 허용해야 하는 자율의 범위를 논하는 과정으로 몰고 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두발 자유화 선언은 자유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쉽게 말했다. 시대적 흐름이란 논의 결과가 영향을 받는 것일까.

하지만 벌써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 사이에서 '위화감이 생기는 것 아니냐', '학교에서 규율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유롭게 학생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이 규제 받지 않고 모든 걸 자유롭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학교 자율에 맡기면 될 사안을 시교육감이 나서 시기까지 지정하는 등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교육감이 직접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학교 자율화가 침해된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경제적인 부담도 걱정이다. 염색이나 파마는 10만 원대고 비싼 것은 3-40만원 정도나 된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염색 색깔의 농도를 판단해 지도해야 하는 만큼 '염색 감별사'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말 많고 탈 많은 교육 현장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편안한 교복을 공론화하고 학생들의 화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의 이같은 발언으로 중·고교 학생들의 두발·교복 자유화 논쟁이 다시 불붙게 될 것 같다. 논쟁의 핵심은 '학생의 기본권'과 '학생 보호를 위한 지도 재량권'의 대립이다. 그 배경에는 교육법상 '특별권력관계 논쟁'이 깔려 있다. 이는 학생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학생인권을 위해 두발을 자유화해야 한다면 교복은 왜 입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두발자유화는 1982년, 교복자유화는 1983년에 시작됐다 이후 학교 밖 생활지도의 어려움, 지나친 소비 경쟁 등의 부작용 때문에 보완조치가 잇따랐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파문이 전국으로 번질 것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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