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지난 주말에 부산에서 실시된 변호사 연수를 다녀왔다. 금요일 업무를 모두 마친 후 밤길을 달려 부산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자정이 넘었더랬다. 그래서였는지 다음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8시간 동안 이어지는 강의를 듣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다음 날 일찍 다시 청주를 향해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오다가 칠곡휴게소에 들러 식사를 했다. 예전에 그 곳에서 식사를 맛있게 했던 기억이 있어 차량을 이용해 부산이나 밀양 지역을 갈 때면 꼭 들러오는 휴게소다. 그렇지만 그동안 대부분 KTX를 이용해 다녀왔기에 한동안 가보지 못했었다.

 간만에 들른 칠곡휴게소는 그동안 더 발전한 모양새였다. 군데군데 리모델링도 했고, 주차장도 새로이 정비한 듯했다. 이번에 칠곡휴게소 방문길에 놀랐던 것은 식당의 변화였다. 여전히 사람이 많은 것은 같았으나, 주문을 받고 결제하는 방식이 바뀌어 있었다. 전에는 직원이 주문을 받고 결제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 자리에 기계 2대가 떡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소비자가 화면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한 후 카드나 현금을 넣어 결제하면, 그 주문내역이 바로 주방으로 자동 연결되어 음식이 나오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었다. 간편하고 빨라지긴 했다. 그런데 문득 전에 계산대에서 일하던 직원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저 기계가 도입되면서 혹시 실직을 한 것은 아닐까......다소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식사를 하는 내내 그 기계에 눈길이 갔다.

사실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무인발급기가 있고, 일본에는 사람대신 커피를 뽑아주는 바리스타기계도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우리 주변에는 자동화기계들이 곳곳에 있고 우리들은 어느새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다. 과학이 계속 발달하고 그로인해 모든 분야에 자동화가 도입되면서 예견됐던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그 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무인계산기의 도입으로 인해 실직했을지도 모를 그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

물론 무인계산기를 만드는 공장이나 수리업체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또 다른 누군가가 일자리를 얻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보다 줄어드는 일자리의 숫자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걱정이 들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내일은 지난 세기의 양상과는 많이 다를 거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오랜만에 들른 칠곡휴게소에서 무인계산기를 이용해 라면을 주문해 먹으며 불현듯 든 생각이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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