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여행!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설렘을 넘어 떨리기까지 한 여행의 극치는 누가 뭐래도 친구와의 여행이 최고이지 싶다. 하여 지난달엔 여고동창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2박3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몇 번을 왔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니 더더욱 즐겁고 행복하다.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에 살다보니 바다만 봐도 신이 나 밀려오는 하얀 포말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기 바쁘다. 찍히는 친구나 찍는 필자나 모두가 행복하다.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땅에는 푸른 숲이 우릴 반긴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을 걸으며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한다. 잘 가꾼 휴양림을 걸으며 전통 체험도 하고 우리의 영혼까지 맑게 해주는 깨끗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 해외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던 여유로움이 좋다. 계획했던 일정이 아니면 어떠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지.

이곳에 오기 전 '인간극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곶자왈'이 방영됐었다. 언젠가 제주도에 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그 곳을 물색 하여 찾아갔다. 가족이 운영하는 곳으로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직장을 그만 두었으나 이곳을 가꾸면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했다. 온 식구가 가꾸고 아버지를 살린 숲, 그래서 온가족이 사랑하는 숲, 그 숲을 걸어보고 싶었다. 숲 해설가인 딸의 설명을 기대 했는데 출산중이라고 하여 다른 해설가의 설명을 들어야 했다. 숲 해설을 듣는 모두의 얼굴이 호기심과 신비함으로 가득하다.

'곶'은 숲이라는 뜻이고 '자왈'은 가시덤불 이라는 뜻이란다. 흙은 거의 없고 현무암 속의 수분으로 나무와 풀들이 자란다고 한다. 한 뿌리에서 여러 나무가 자라고 뿌리가 자라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도 한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다. 여기는 모두가 함께 사는 곳이지만 어느 하나가 없어져야 또 다른 것이 살 수 있단다. 식물들은 포기를 모른다고 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자연의 위대함에 대하여 배웠다. 여기서는 바람소리뿐만이 아니라 파도 소리도 들린단다. 예전엔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생태보전 지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아름답게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숲이다. 숲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갈수록 자연과 조화를 이뤄나가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다음 여행에서는 숲속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기쁨을 주었다. 몸이 아파 긴 시간 투병을 했던 친구가 회복되어 2박3일 내내 함께 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건강이다. 여행을 마치고 친구들에게 줄 포토북을 만들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을 편집하면서 필자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번 여행, 너무 행복 했어 그치?"라고. 사진 속 친구들이 말을 건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다녀야지, 다리 떨릴 때 다니는 게 아니라잖은가. 적어도 다리가 떨리기 전까지 우리의 미친(美親)여행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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