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임명되자마자 장애학생 폭행사건이 일어난 학교를 찾았다. 교육계에서 일어나는 폭력문제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학대하는 정황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국감에서는 박용진 국회의원이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교육비 횡령 비리를 만천하에 밝혔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교육인데, 교육계에 이러한 비리가 만연하니, 학생들이 어떻게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도 제 자식을 돌보려는 본능은 가지고 있다. 얼마 전 학부모인 교사가 자녀 두 명의 성적을 조작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식을 위해 그런 짓도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그런 짓을 한 것이 문제이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 지급된 보육비를 개인적 사치를 위해 쓴 원장들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자도 인간이다 보니, 눈먼 돈을 탐하거나 자식을 위해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면, 결국 우리는 동물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교육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교육자의 자격을 부여하고, 버젓이 사회적으로 활동하도록 만들어내는 곳이 교육관련 대학이다. 이러한 대학에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길러내는 데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그저 별 것도 아닌 잡다한 지식을 암기시키고, 그것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 지를 평가하고 자격을 부여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지각은 지식에 달려있지 않다. 노숙인들에게 자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도 다시 노숙인으로 되돌아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엉뚱하게도 철학을 가르쳐 인간됨을 깨우치게 하였더니 다시 노숙인으로 되돌아오는 비율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성공회에서 문을 연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시도한 이 교육을 통해 “내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비참해진다”던 노숙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가르쳐준 경험이 얼마나 있는가? 그저 이 공부를 해야 사회에서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공부를 하면서 젊음을 낭비한 후에 스스로 짐승처럼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살아가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시 교육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 최고의 대학교육 평가 전문가 로런포프가 미국에서 가장 지성적인 대학으로 꼽은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는 4년 동안 100권의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데 이 대학의 졸업생들 대부분은 저명한 학자들이 된다고 한다.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학자들이 많이 배출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수학이나 과학도 결국 철학과 인문학으로부터 나온 학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배웠다. 인간이 무엇인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아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가.” 이러한 노숙인들의 깨달음은 먹고 살기 위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크나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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