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애기곰은 아기야,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너무 뚱뚱해…" 청주시 가덕면 상야리(현 단재교육연수원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연 행복한 유아 세상의 구심점인 충청북도유아교육진흥원, 필자가 원장 시절 끊이질 않던 원아들 노랫소리다. "선생님, 여기 짐승이 많아요." 진흥원 동산 다람쥐 떼의 재주부리는 모습을 보고 한 아이가 소리 지른다. "맞아. 맞아. 짐승이 많아." 동물 놀이터에서 귀를 잡아당긴 누리과정 중 꾸밈없는 대화다. "다람쥐는 짐승보다 동물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란다." 선생님의 재치 있는 가르침까지 공감지수를 높인다. 스마트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체제 구축 및 선진화·유아교육 연구와 체험학습 프로그램·교재교구 개발·유치원 교원연수 등, 유아교육진흥을 위해 자연친화 시설로 ‘매우만족’을 향한 발걸음은 언제나 뜀박질이었다. 지나고 나니 보이는 허물도 많다.

최근 사립 유치원 문제로 시끄럽다. 필자가 한 때 달았던 유아교육기관 원장 타이틀에 직무유기 같은 먹구름이 낀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적발된 비리(2013~2017년) 5951건의 무더기 파장이다. 원생 급식 재료에 막걸리 홍어회를 영수증 처리, 국물만 늘려 원생들 배를 곯렸다. 속칭 명문 유치원 일수록 원장은 ‘룰 루 랄 라 ~’ 부정회계로 흥청망청 써댔다. 외제차부터 명품 백과 성인용품 구입까지 정부지원금(공금)을 쌈짓돈처럼 부정사용 및 횡령으로 과시했다.

책무의 특권적 면제 또는 변질처럼 지저분한 사람도 원장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놀라울 뿐이다. 2013년 누리과정이 전면 도입되면서 매년 2조원의 예산을 사립 유치원에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액수를 어디 썼는지, 왜 그렇게 엉터리로 집행했는지, 누구 탓인지 위선을 짚어보거나 처방엔 모두 나 몰라라 방치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 탓이오’는커녕 치졸한 항변만 즐비하니 서글프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그들 머릿속은 원생의 돌봄보다 벼룩의 간에 입맛을 들였다. "우리 원장님 최고!" 철부지 사인이 부끄럽잖은가. ‘거리낄 게 없다’더니 구체적 해명은 고사하고 일부러 정신을 잃어 119구급차에 실린 쇼로 어물쩍 넘어갈 작정인가.

공립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경우 원장 겸임수당 10만원은 사실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운영보다 몇 배 버거운 짐을 호칭조차 어렴풋한 구성원과 함께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유아교육부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면 미래는 기댈 곳이 없다. 우선 아이들이 건강하면 주체적으로 자기 문화를 창조하고 생활중심 교육의 실천을 꾸릴 에너지가 솟는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제대로 먹이고 제대로 가르치는 게 순리다. 사립유치원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결벽증적으로 거부할 명분은 이미 잃은 지 오래다. 한국유치원총연합의 무소불위(無所不爲) 으름장, 우스갯감일 수 있다. 유아교육 근본을 뿌리째 흔든 재앙수준 곤경만 모면하려해선 안 된다. 면죄부에 앞서 순도 높은 자정과 총체적 수술이 불가피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