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이달 초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2ha 규모의 복숭아 재배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올해는 111년만의 폭염과 4월중 저온으로 착과율이 떨어져 대부분의 농가들은 20~30% 정도 수확량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 농가는 지난해에 보다 수량이 20% 정도 증가하고 가격도 예년보다 20~30% 높게 형성돼 소득이 크게 향상됐다. 재배하고 있는 복숭아 품종은 17가지로 각각 출하시기를 달리 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입맛에 맞는 고품질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저온, 병해충에 의한 피해를 분산시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70% 이상 소비자와 직거래했다. 보은군 보은읍에서 2000주 정도의 대추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가는 10년 동안 접목기술을 연구해 기존 대추보다 크기가 3~4배 크고 수량성이 높은 왕대추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20% 정도 수량이 증대돼 3t 정도 수확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과즙이 많고, 식감도 좋아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앞서 소개한 두 농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농가 경영주가 단지 개발된 기술을 이용만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인 스스로 개발자로서 지역농업의 혁신가가 돼 새로운 기술을 타농가보다 먼저 수용하고 온라인 판매 등 마케팅을 혁신함으로써 어려운 농업 환경 속에서도 성공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와 같이 폭염, 가뭄, 폭우뿐만 아니라 태풍, 폭설 등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각종 기상재해를 포함한 기후변화를 언제나 극복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소득을 올리는 지름길인 것이다.


지난달 20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53개 작목에 대한 농산물소득조사 결과에 따르면 똑같은 작목을 재배했더라도 소득은 천차만별이었다. 소득이 높은 상위 20% 농가와 소득이 낮은 하위 20% 농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 단위면적당 소득격차가 1.6배에서 30배 까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농업기술 혁신의 주체는 농업기술의 최종 수요자인 농업인이 돼야 한다. 농업인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연구지도 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농업 기술과 경영 교육을 통해 혁신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7만의 네덜란드 농가 중에서 혁신농가 1~2%를 중심으로 기술혁신 성공사례를 만들고 다른 농가들은 학습을 통해 성공사례를 모방해 따라가는 팔로어가 되도록 농가와 농가, 농가와 연구지도기관 간 네트워크 형성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농업 연구실의 개발기술과 현장 농업인의 활용기술 격차를 좁혀 나가는 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련 국책 연구기관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한국의 농업과학 기술수준을 비교해 보면 실험실의 연구기술은 90~100% 수준이나 현장 농업인의 기술수준은 60~7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연구기관으로만 보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농업인이 영농하는 현장에서 충분히 발현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농업 연구지도 기관의 기술과 현장 농업인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지역농업 혁신가인 농업인과 함께 연구하고 지도함으로써 연구실과 현장의 기술격차를 좁혀 나간다면 우리 충북지역의 농업혁신은 타 지역보다 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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