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영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이덕영 청주시 세정과 주무관] '스웨덴 일기'라는 책을 읽었다. 내가 아는 스웨덴은 유럽의 작은 나라이며 사회 복지가 좋아서 살기 편하고 노후 걱정 없는 나라 정도였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스웨덴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단어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라곰(Lagom)'이다. 영어로 번역할 마땅한 단어가 없다고 하는데,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중간, 중도'의 뜻으로, 스웨덴 사람의 정신 속에 들어 있는 독특한 개념이다. 이는 직장, 학교생활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며 이들은 1등을 우대하지 않고 튀는 엘리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스웨덴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는 눈이 편안하다. 왜 더 잘할 수 없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뛰어난 성적의 아들을 둔 엄마가 흐뭇해하는 모습은 있으나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두고 걱정하는 엄마는 없다고 한다. 아이가 좀 '더디게' 가도 딱히 이를 문제시하는 선생님도 부모도 없다. 어떻게 이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가능할까? 왜냐면 '더디게'가는 아이도 살만한 사회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직장은 일터에서 그 누구도 과하게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하루에 8시간, 1년에 10개월 정도 일한다. 회사에 따라 한 달에 20시간 또는 30시간 초과근무를 하는 것은 불법이며 만약 일이 많아서 20시간 초과근무를 했다면 나중에 근무시간에서 20시간을 제외하는 시스템이다. 스웨덴의 노인은 우리 식 표현으로 좀 주책스럽다. 나이가 들어도 긴 생머리에 나풀거리는 블라우스를 입고 싶다면 본인 스타일대로, 사랑을 할 때도 나이 때문에 주저하지 않으며, 새로운 모험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노인이 이렇게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여유', 특히 경제적 여유이다. 65세가 되면 받는 기초연금은 소득에 상관없이 100만 원 정도이고 직장생활에 따른 프리미엄 연금이 추가돼 넉넉한 노후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는 것일까? 좋게만 느껴지는 스웨덴 사회에도 그림자가 있다. 가족 간에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스웨덴 사람의 삶이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이들의 삶은 사실 무척 외롭다고 한다. 스웨덴의 이혼율은 세계 최고이며 스웨덴 사람들 60% 정도가 혼자 살고, 아무도 없이 혼자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이 25%에 달한다. 스웨덴의 복지제도가 독립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고 절망으로부터 사람을 구해줬으나 그 자리에 외로움이 들어선 셈이다.

완벽한 사회는 아니지만 스웨덴은 이상으로 생각되는 복지제도를 실제로 훌륭히 실행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땅을 공평하게 적시듯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 너무나 큰 혜택인 복지로 인해 경쟁력에서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내 아이는 누군가가 뛰어서 덩달아 뛰어야 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무엇이든 적당한 선에서 소박하게 만족하며 다 함께 걸어가는 라곰의 따뜻한 빛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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