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최근 한 일간지를 통하여 ‘비정상회담’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브라질인 카를로스 고리토의 기고문을 본적이 있다. 그는 이 글에서 교육 한류가 전 세계에 퍼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브라질 사회는 교육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어 대통령 선거나 주지사 선거에서도 교육 문제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계기로 과연 교육 한류가 가능할지에 대하여 고민해 보았다.

2006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는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도입했다.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나누어주고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짜아찌아족은 인구 6만 명 정도의 소수민족으로 영어 등으로 자신들의 말을 표기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한글은 짧은 기간 동안 쉽게 배울 수 있고 발음기호 없이 말하는 대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었다.

한글은 이전부터 국제적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아왔다. 1989년 유네스코에서는 ‘세종대왕 상(King Sejong Prize)’을 제정하여, 매년 인류의 문맹률을 낮춘 단체나 개인을 선정하여 상을 주고 있다. 1997년에는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200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는 한국어를 국제특허협력조약 국제 공개어로 채택한 바 있다. 교육 한류는 이렇게 한글의 위대함에서부터 출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냉전 시대의 파병이라는 악연이 없지 않지만 한류 열풍이 세차다. <한국경제>는 베트남의 한국식 교육모델 벤치마킹 사례를 조사한 바 있다. 여기에 의하면 2015년 2월 한국식 대입수학능력시험 도입 관련 규정 발행하고 한국 초중고교과서 번역 사업을 완료하였다. 이후 V-KIST를 설립하고 초대 원장 한국인으로 선임하였으며 한국식 폴리텍대학을 설립한 것이다. 하노이국립외국어대 한국어학과 황티하이아인 교수는 한국의 발전은 교육에 있다고 판단하고 서구 선진국이 100년 가까이 걸린 것을 20∼30년 만에 해내었다고 말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도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한 수능과 유사한 시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 한류는 우수한 한글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에 언어를, 베트남에 교육 정책 일부를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카를로스 고리토가 이야기 한 교육 한류가 가능할 만큼 우리의 교육 콘텐트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리의 교육 정책은 예로부터 우리 것을 계승‧발전시키기 보다는 베껴먹고 우려먹는 경우가 많다. 과거 미국 중심에서 최근에 들어오면서 북유럽으로 그 대상의 이동만 있어 보인다. 그들이 맹종하는 행복한 나라(?)의 교육 정책은 우리 정서나 문화에 적합한지는 제대로 따지지 않고 도입된다. 일단 성과를 내어 치적을 쌓아보자는 욕심이 앞서니 학생도 교사도 행복할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 한류는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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