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최근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에 '음주운전' 또한 도로위에서 가해지는 일종의 '묻지마 범죄'나 다름이 없다. 이에 자극을 받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원글로 불꽃이 튀고 있다.

또 국회의원 299명 앞으로 보낸 법 강화를 요구하는 탄원도 그렇다.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의 개정에 불이 붙었다. 20대의 윤창호씨는 휴가 중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기 위해 부산시내의 횡단보도에 신호를 기다리던 중 만취 운전자의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윤씨의 친구들은 억울한 상황을 국회를 찾아 호소하기도 했다. 친구의 죽음도 안타깝고 억울한 마음이지만 더 이상 음주운전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유독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다.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호소한다. 이런 '주취감형'으로 인해 수많은 음주운전자들이 사고를 내고도 가벼운 처벌로 풀려났다. 음주에 대한 관대한 문화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음주운전의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지난 11년간 음주운전으로 3번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자는 10만여 명이 넘는다. 이처럼 음주운전을 해도 처벌이 가볍기 때문에 습관처럼 음주운전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단속에 걸려도 벌금이나 벌점 등 처벌이 미약하니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지난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2천822명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정도로 가볍다. 반면 일본은 음주운전자를 비롯해 술을 권하거나 차에 동승한 사람도 함께 엄하게 처벌 한다. 또 미국의 워싱턴주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는 '1급 살인죄'를 적용해 최소 50년에서 최고 종신형 선고를 내려 강력하게 처벌한다

이번에 발의된 '윤창호법'도 그런 차원에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그런데도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2회에서 1회로 줄였고 처벌 기준인 음주 수치도 '최저 0.03% 이상~최고 0.13%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시 '살인죄'로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되긴 했다. 올해 안에 '윤창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음주운전에 대한 잘 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도로위의 '묻지마 범죄',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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