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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가는 길김정호 청주랜드관리사업소 진료사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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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2  16: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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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청주랜드관리사업소 진료사육팀장]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동물원에서 오래 근무하신 분들을 보면 같이 생활하는 동물들과 닮아 있다. 예전 어느 동물원의 오랑우탄 사육사 분을 본 적이 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오랑우탄 무리 속에서 그분을 구분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에게 동물을 닮았다고 하면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겠지만 동물원에서 일하시는 사육사 분들은 좋아하신다. 그만큼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라서 그럴 것이다. 궁금하다면 동물원에 오셔서 사자, 다람쥐, 원숭이를 닮은 직원이 있는지 유심히 보시라 권하겠다.

주변에서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닮아있는 부부를 종종 보게 된다. 긴 세월 동안 함께한 희로애락이 얼굴 근육을 그리 자리 잡게 했을 것이며 사람은 자신을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다고 하니 연인과 부부가 되기도 쉬웠을 것이다. 야생동물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필자가 야생동물에게 호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수의사로서 동물들의 부상과 질병을 가까이서 보게 되는데 어느 날 사슴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서둘러 가보니 사슴은 마치 자신의 다리가 아닌 듯 평소와 다름없이 밥도 먹고 물도 마셨다. 자신의 불행에 대해 무엇을 핑계 삼지도 않고 의연하게 오늘을 살고 있었다.

다른 날에는 활동도, 식욕도 정상이었던 늑대가 갑작스럽게 폐사해 부검을 실시한 일도 있었다. 몸을 열어보니 심장이 너덜너덜해져 파열돼 있었다. 이런 몸 상태로 어떻게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을까? 심장이 터지기 전까지 고통을 참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야생에서의 연약함은 죽음을 앞당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참아낸 고통이었으리라. 늦은 변명이지만 그 이후에는 예방의학과 건강검진을 통해 이를 조기 발견해 치료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시민의 안전을 위해 사살됐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야생 본능의 최후를 보고 슬퍼한 이들도 많았다. 그 후 인터넷상에는 동물원 폐지 운동이 지금도 활발하다. 1950년대 유럽에서는 아프리카인들을 전시했던 인간 동물원이 있었다. 우리 속의 흑인 아이가 백인이 주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먹고 있는 사진도 존재하니 분명 사실이다. 이렇듯 인권과 동물권은 그래서 같은 범주 안에 있다. 동물을 대하는 자세가 그 사회의 도덕성을 말해 준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유명한 말이 요즘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물원이 없어져도 야생동물들은 당장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 동물원에서 자란 야생동물은 자연 적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이런 문제를 고민한 외국의 동물원에는 그 나라와 지역의 멸종 위기 동물을 보전하고 시민에게 지역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동물원이 우리 지역에 살거나 살았던 삵, 수달, 담비, 황새 등을 보전하고 이런 동물들이 건강한 생태계의 상징이 된다면 동물원의 존재 이유는 당분간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청주동물원에서는 4년 전부터 서울대공원과 더불어 환경부 지정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서 멸종위기동물의 보전에 노력해왔다. 그런 과정은 영화 '동물, 원'으로 촬영됐고 DMZ 국제다큐영화제와 12월에 있을 서울독립영화제에도 출품됐다고 한다. 앞으로 일반 극장 상영도 준비한다고 하니 동물원 관계자로서 설렌다. 고도가 높은 동물원의 가을은 갑작스럽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나무들이 첫 집들이를 준비하는 새댁처럼 허둥대며 분주했으나 이내 곱게 물들였다. 동물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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