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혁명을 부르짖다가 감옥에서 썼다는 터키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시. 드나드는 출입문에 붙여놓고 즐겨 읽어보는‘진정한 여행’이다. 그리고 ‘아직’과 ‘진정한’이란 말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지금까지가 전부이고 끝인 줄 알았는데 아직, 이라지 않는가. 훌륭한 시, 아름다운 노래, 최고의 날, 가장 넓은 바다, 가장 먼 여행, 불멸의 춤, 가장 빛나는 별, 전부 ‘아직’이고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가 비로소 진정한 그 무엇의 시작이라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절망이라는 말과 친숙한 것은 아닌지. 터키 문학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는 시인이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고도 살아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아직, 이라는 생각과 진정한, 이란 마음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청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미래란 불투명한 게 당연한 일인데 마치 절망인 듯 받아드린다. 최저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서민의 삶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푸념이다. 서민이 안 어려웠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기는 했나.

대통령 지지율을 두고 ‘이·영·자 현상’이라고 이름 붙인 이가 있다. 이십 대, 영남권, 자영업자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날개 없는 추락이라고 호들갑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갑질을 당하거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갖은 설움을 겪었던 국민은 지금의 자유한국당인 정권을 잡던 시절을 잊지 않는다. 그러니 현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그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이 현상을 두고 행여 쾌재를 부르지 말길. 어쨌건 현재 대통령 지지율은 50% 이상이고 탄핵당한 전 대통령의 4년 차 4분기 지지율은 5%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삼바라는 말로 가리고 ‘눈 가리고 아웅’ 하자는 언론. 삼바는 라틴아메리카 댄스이며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는 매년 사순절 직전 약 3일에서 1주일간 삼바축제인 리우카니발이 개최된다. 삼바는 정열적이고 신나는 춤이다.

가짜 장부, 이중장부라고 하면 쉽게 알아 버릴까 봐 분식회계라는 거창한 말로 국민을 무시하려 드는 언론. 지지율 타령으로 민심을 흔들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마치 사랑과 여행이 끝난 후처럼 굴지 말라. 아흔아홉 가지고도 하나를 마저 채우려고 했나. 가지지 못할 아흔아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하나에 만족하며 절박하게 살아가려는 서민을 진정으로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진정이라는 말은 애초부터 배우지 못했을 그들이다. 아직은 미래의 희망이고 진정한은 예측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겸손한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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