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자본주의 국가 안에서 노사정 간 파트너십 구축은 체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본질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두 축을 이루는 자본과 노동이 정부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서로 대립하면서도 발전하는 이유는 서로가 파트너십을 이룰 수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형성된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운동이라는 거센 저항을 겪으면서도 자본력 확장이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도 노사 간 총격전까지 벌이는 노동운동을 거치면서 경제적 조합주의라는 파트너십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미국의 노동운동은 철저히 경제복지 추구에 목표를 두고 있다. 정치투쟁은 사절이다. 이에 반해 프랑스는 대표적인 급진적 정치적 노동운동의 국가로 유명하다. 민족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아시아에서 일찍이 근대화의 길을 걸어온 일본은 1960년대 말까지 프랑스식의 급진적 노동운동에 심취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력을 다투면서 미국식 기능주의 노동운동으로 선회했다. 요즘 일본에서 과거 '춘투'와 같은 극단적 노동운동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만큼은 유독 1945년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혼돈 속에 있다. 비교적 온건노선을 걷고 있는 한국노총은 미국식 경제적 조합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노선을 걷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정파에 따라 친 노조정책에서 반 노조정책을 오가면서 일관성을 잃고 있다. 정권에 따라 자본가가 득세하면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하여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반면에 노동자들이 득세하면 자본가들이 불안하여 경제가 위축된다.

하지만 노동자 집단과 자본가 집단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이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부의 힘이고 지혜이다. 지난 11월 22일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여하여 경제단체, 노동단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 등 범사회적으로 경제, 노동, 사회 기구의 대표들이 참여하여 대화를 통해 참여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는데 그 출범의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기구에 민주노총이 불참함으로써 국민의 기대가 반감되고 있고, 친 노동조합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조정능력도 의심을 받고 있다.

어떤 사회든지 자본력이나 노동자의 힘만으로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노동자들이 불만이 있다고 해서 무한대로 자본을 공격하면 자본가들은 위축되거나 해외로 빠져나간다. 정부는 자본의 전횡을 감시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노동운동이 이루어지도록 조정하면서 양자가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지금 한국은 경제를 떠받치는 이들 세 축이 서로 불신하고 갈등함으로써 사회적 불안과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간 파트너십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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