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스물이 넘은 아들과 좋은 사이로 지내고 싶은 아빠가 있다. 아빠는 아들의 불손한 태도와 무시함과 고함지르기 그리고 신경질적인 반응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아빠는 그동안 칭찬과 격려보다는 잘못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조금만 잘못해도 큰소리로 야단치던 존재였다. 매와 벌을 준 적도 있다.

아들은 야단을 맞을까 봐 긴장하다 보니 더욱 실수하게 되고 혼나기 때문에 아빠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다. 계속해서 분노의 감정을 쌓아왔고 사춘기가 되자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아빠의 친절한 배려나 사랑도 거절했다. 이제는 오히려 아들의 지속적인 거절 때문에 거꾸로 아빠가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부모의 자녀 양육 방법 중 권위주의적인 방법으로 인한 아빠와 아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다. 이 방법은 부모의 권위에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말한다. 권위주의 부모는 자녀가 부모에게 순종하고 존경심이나 경외심을 갖기를 바라며 체면을 중시하여 자녀가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에 관심이 많다.

이런 부모가 주로 사용하는 훈련 방법은 잘하면 상을 주고 잘못하면 벌을 주는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뇌물을 주기도 하고 지나치게 요구사항이 많기도 하며 자녀를 대체로 통제하고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칭찬과 인정에는 인색하지만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그 행동을 고치기 위해 집중된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말대로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른다. 큰 소리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어릴 때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사춘기가 되면 점점 작아진다. 자녀도 짜증 섞인 투로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갑작스레 큰소리를 지르는 자녀에게 충격을 받은 부모가 다시 큰소리를 지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왜 나한테 소리 질러요? 조용히 말로 하지.", "어디 부모에게 큰소리를 질러?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라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싸우게 된다.

자녀가 어렸을 때 부모의 목소리를 높이면 말을 듣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부모는 계속해서 자녀를 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여기고 소리를 높이지만 실제로 큰소리를 지르는 것은 자녀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부모에게 주어지는 권위는 사랑과 모범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지 힘이나 강요 또는 매나 벌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는 마땅히 권위가 있어야 하나 권위주의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생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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