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아파본 사람은 안다.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된다. 세끼 밥을 먹고,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운동하거나 하는 일상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건강할 때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아프면 완전히 달라 보인다. 부모를 잃은 사람은 안다. 부모께 효도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효도가 큰 뭔가를 해 드리는 게 아닌 것임을. 전화 한통, 시간 날 때 찾아뵙고 함께 식사하기, 짬 날 때마다 얼굴 보여드리기 등등.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효도임을 깨닫게 된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은 부모지만,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는 게 인생사다.

직업을 잃어본 사람은 안다. 일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미생에 나오는 대사처럼 "회사는 정글이지만 밖은 지옥이라네" 언론자유를 잃어본 시민들은 안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말하는 자유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언론자유를 구속하는 어떠한 법적, 제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자기의 생각을 말 할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 고 한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언론과 표현은 인간이 갖는 절대적 자유이며 인간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잃는 '결핍'을 겪어 보면, 누리고 살았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다. 결핍이 갖는 미덕이랄까!! 그런데 결핍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갑질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재력, 권력 등을 움켜쥔 사람들 중에서 더 많은 갑질을 하는 행태는 또 다른 결핍 때문일까. 아니다. 결핍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 것은 오만이다. 결핍을 진정으로 느껴본 사람은 모든 일에 옷깃을 여미게 되지만, 결핍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오만방자하게 된다.

결핍을 못 느끼면서 재력과 권력을 갖고 있다면 더 그렇다.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재벌들의 갑질 형태. 권력을 움켜쥔 힘 있는 기관들의 일탈.  그 것은 결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재력과 권력이 네버엔딩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적어도 수십 년은 갈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결핍이 없는 이들의 공통점은 반성과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사이코' 기질이 있다.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권력무상이란 말이 그냥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근대사는 수많은 결핍으로 이뤄져있다. 식민지, 남북분단, 남북전쟁, 쿠데타와 군부 독재정권 등등. 식민지를 겪었기에 자주 독립국이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됐다. 남북분단, 남북전쟁이 있었기에 통일과 평화로운 한반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전쟁 없는 한반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는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군부독재가 있었기에 이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고 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결핍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하다. 결핍 앞에 겸손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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