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진 정신과 전문의
5월에는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이 열리고 어른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라는 말이 아이들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는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인 듯하다. 사실 어른들은 자신도 모르게(즉 무의식 상태에서) 아이들 같은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 사고가 개입되지 않고 욕구에 따라 하는 행동이 대개 그렇듯이,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른들이 하는 아이들 같은 행동은 유치하고 그리 긍정적으로 보여 지지 않는다.

즉 의존적이거나 칭얼거리고, 보채거나 때를 쓰는 등의 아이들의 부정적인 측면을 닮은 행동을 한다. 맞다! 그런 행동도 동심은 동심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동심과는 달리 주위사람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하는 몸은 어른이지만 실체는 아이인 철부지 어른의 모습이다.

치유력이 있는 동심은 아이들의 순수한 심정을 말한다. 겉으로는 싫으면서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위해 타인을 위한다는 포장을 하며 받아들이는, 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는 어른과는 다른 겉과 속이 일치된 마음이다.

우리도 어린 시절에는 겉과 속이 일치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체면을 위해 겉과 속을 다르게 하는 법을 습득해야 했다. 속에 위치한 것들은 모두 그렇듯이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변질되고 꼬여가며 보기 싫게 변해간다.

어느덧 어른이 되고 그런 속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왜곡되게 이해하며 살아간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앞에서 일어난 일이고 자신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은 일이므로, 자신이 판단하고 느낀 것이 사실을 보고 들은 것이라고 확신한다.하지만 현실을 경험할 때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속마음이었다. 상대방의 언행을 보고 들으며 굴절되고 꼬여있는 부정적 감정이 들어있는 속마음이 감정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감정반응에 따라 상대방의 언행이 의미하는 바가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된다. 즉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착각을 하게 된다.

긍정적인 동심을 가능한 만큼 회복해야 한다. 현상을 변질시키는 굴절된 마음이 없는, 그래서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현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그런 느리게 작동하고 바라보는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할 때 불필요한 오해와 자신을 괴롭히는 불편한 심기가 사라지게 된다. 동심은 또한 강한 심신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긴장, 흥분, 놀람, 분노 등 감정의 격랑이 지나고 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쇠잔해진 자신을 쉽게 발견하게 되는데, 동심이 회복되면 생기가 증가하게 되어 아이들의 맑고 반짝이는 눈빛을 가지게 된다.

동심을 회복하여 생기와 긍정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굴절된 마음으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살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는 체면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 속에 자신을 가두고 제어하는 마음을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세상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더 칭얼대고 보채고 골을 부리는 유치한 행동을 한다.

집에서 아내에게 관심을 달라고 불평하고 애기처럼 거실에서 뒹굴고 밤을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애들 같은 농짓거리로 보낸다.

5월은 어른이 맘껏 일부러 유치해질 수 있는 허용된 시간이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유치해지면 오히려 가정적인 사람으로 아이들과 잘 어울려주는 부모로, 가족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일부러 맘먹고 유치해지면 보기 좋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타인에게 순수해보이고 보고 있는 사람들도 웃으며 행복해하고 자신도 참 즐겁고 활력이 오른다. 자 이제 5월에는 맘먹고 유치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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