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KTX 강릉선 열차가 탈선하면서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뻔한 일이 발생해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정부는 향후 재발방지책부터 챙겨야한다. 8일 오전 7시35분쯤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강릉선 철도에서 서울로 향하던 806호 KTX열차가 탈선하면서 열차 10량 중 4량이 선로를 벗어났다. 사고 열차에는 198명이 탑승해 있었다. 만일 사고 구간에서 고속열차가 고속으로 주행했다면 끔찍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전 세계 뉴스의 주요 기사거리가 될뻔한 이 사고는 다시금 돌아본다해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다행히 사고 구간에서 KTX가 30km/h 정도로 달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14명이 경상을 입는 선에 그쳤다고 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선로를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선로전환기' 고장으로 지금까지 파악되고 있다. 선로전환기가 고장나면 신호소로 전달돼 여기서 정지 신호를 보내 열차를 멈추게 한다.


사고 당일도 선로전환기가 이상이 발생했는데 신호소의 코레일 직원이 엉뚱한 선로전환기를 확인하면서 일어났다. 고장난 선로전환기를 그대로 지나치면서 탈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선로전환기 고장은 사고 전에도 이상신호가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고장이 반복됐는데도 코레일측에서 제대로 된 점검과 수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코레일측은 "최종 점검이 지난해 9월 있었고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발표했다. 선로전환기 이상을 고치는 과정에서 직원이 선을 잘못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사고 심각성답게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강릉선 KTX 탈선 사고에 대해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국민께 죄송한 마음을 표했다.


정치권에서는 인사문제를 거론했고 급기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사고 책임을 지고 11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오 사장은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지만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퇴의 변을 내놓았다. 오 사장이 선로전환기 고장까지 점검할 수는 없었겠지만, 철로와 고속주행 특성을 고려할 때 내부 긴장감이나 책임의식 부재가 원인이 됐을 수는 있어 보인다.


어찌됐든 이미 발생한 사고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지금부터 정부나 코레일, 철도시설공단 등이 명심해야할 점은 '재발 방지'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달에 오송역에서 단전사고가 발생해 KTX 120여 대의 운행에 차질을 빚는 등 무려 10여 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났다. 크든 작든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전반적으로 다른 사고 발생 위험은 없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점검조차 외면하면서 대형 사고 위험 지경까지 이르게 된 점은 유감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철저한 사고 예방을 위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지도록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주문하고, 그 외에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기관에 대한 안전의식 함양에도 철저를 기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