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동부통합보건지소

 

[이현진 동부통합보건지소] “남편 따라 보은에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힘들었는데, 무엇보다 언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요새 애들한테 짜증이 좀 줄어든 것 같아요”. 진료실에서 약침을 놓으려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들을 수 있는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다. 보은군 보건소에서는 8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월요일, 금요일마다 운동치료, 정신치료, 스트레스 해소 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자하거 약침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선정 인원을 웃도는 사람들이 프로그램 참가에 관심을 보여, 다음 기회를 기약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여성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폐경을 맞게 된다. 이 폐경 전후의 시기를 흔히 갱년기라고 부른다. 여성의 신체 전반에 작용하는 여성호르몬의 상실은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초기 증상으로는 열성 홍조, 야간 발한이 대표적이며 우울감, 비뇨생식기 위축, 인지장애, 기억력장애, 불안감, 피로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호르몬의 변화 외에 중년기의 심리적 요소도 갱년기 증후군에 영향을 주는 큰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50대 전후의 나이는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을 되돌아보며 평가하는 시기로 노후에 대한 걱정, 자녀들의 독립으로 인한 상실감, 신체적 노화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우울이나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호르몬의 변화와 심리적인 영향으로 갱년기의 환자들은 한의학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 대부분의 여성들은 갱년기의 증상을 참고 견뎌야 할 것으로 여기며 숨기거나, 개인이 유별난 것처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로 인해 오히려 악화되고 방치되어왔다. 하지만 갱년기 증후군은 당사자가 유난스럽다거나 민감해서 느끼는 감정, 신체적 변화가 아닌 그 시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찾아오는 증상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연구과 진행되고 있는 엄연한 질병이다.

갱년기 증후군의 완화를 위하여 한의원 및 한방병원에서는 침, 뜸, 한약, 약침 등의 치료를 의원 및 병원에서는 호르몬 요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몬의 영향이 아닌 정서적인 부분을 함께 다루기에는 현실적인 무리가 있다. 그래서 보은군 보건소에서는 자하거 약침으로 호르몬 저하로 인한 증상들을 치료하고, 정서적인 부분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처음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어머님들이 이에 만족하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이런 접근 방법이 꽤나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민간 진료현장에서 채워주기 어려운 부분들을 공공의료기관에서 발견하고 채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건소에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강화되면서, 질병치료보다 건강증진, 질병관리, 암관리, 구강보건, 정신보건, 가족건강, 한의약 등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중보건의사나 의료인은 단순 진료에 집중될 뿐, 보건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배치가 되지 않거나, 되더라도 유효하지 않은 극히 적은 인력만이 배정이 된다.

또한 보건소에서 예산을 문제로 한의사를 사업에 배치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그러나 유아, 아동기에 삼복첩, 청년기에 성장, 월경통, 청년기에 불임, 산욕기 관리, 장년기에 갱년기 치료, 노년기에 불면, 식용부진 등 한의사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에 참여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많다. 비단 갱년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보건소에서 진행되어 모든 국민들이 생애주기별 보건의료체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