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 인플루엔자(si)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독감 증상의 원인인 이 바이러스는 돼지로부터 만들어졌지만, 돼지에게는 그렇게 해롭지 않은데 반해 인간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얼마 전에 광동의 사향고양이와 박쥐로부터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사스(sars), 그리고 조류로부터 만들어진 조류독감(ai) 등이 있었지만, 이러한 바이러스는 사람으로부터 사람으로 전염되는 능력은 가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확산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탄생한 si는 사람끼리의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si가 과거 유럽에서 인구의 절반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간 페스트처럼 대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보의 단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si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항바이러스 의약품인 타미플루나 리렌자의 확보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인간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올해가 다윈의 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2009년도는 유명한 여러 과학자들과 인연이 깊은 해인데, 천체물리학에서는 갈릴레이가 최초로 천체망원경을 만든 지 400년 되는 해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천체의 운동을 연구하여 지구 중심적인 사고를 깨트리고, 지구가 한낱 광대한 우주의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도록 해 주었다.

또한 올해는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이 탄생한지 200년이 되는 해이고, 다윈이 50세에 진화론을 주장하기 위해 저술한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출간한지 150년 되는 해이다.

그는 진화론을 통해 인간은 동물과 다른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다양한 동물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누가 더 인류의 위상을 실추시켰는가? 영국의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에서는 이런 질문을 현대 유명 과학자들에게 던졌고, 그 결과 다윈이 이겼기 때문에 올해는 다윈의 해가 되었다.

왜 다윈이 갈릴레이를 이겼을까? 그건 역설적이게도, 지구가 우주의 작은 행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의 수가 인간은 한낱 다양하게 진화된 여러 동물 중 한 종류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창조론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적인 신념일 뿐이며, 과학적인 사고는 아니다.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할 때 가장 어려웠던 설명은 돌연변이의 탄생이었다.

돌연변이가 탄생하지 않으면 진화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그 설명을 멘델이 설명한 유전자의 복제 과정에서 찾았다.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인 실수를 하게 되면 다른 형태의 돌연변이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돼지에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서 si는 이렇게 만들어진 돌연변이이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지만, 매우 드물게 환경에 뛰어나게 적응하는 경우가 생기면 진화가 일어나게 된다. si가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해서 자기 복제에 놀랍도록 성공하게 되면서 새로운 진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으로부터 인류의 위상에 상처를 입힌 다윈의 진화론을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이다.

▲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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