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결혼식 인도 갑부 딸 결혼 비용만 1200억!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와 또 다른 억만장자의 아들 '아자이 피라말'의 아들이라네요. 세계 쟁쟁한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은 물론 우리에게 낯익은 하객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전 세계 팝스타 비욘세도 참석해 축하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암바니 가족은 축하연을 찾은 하객들을 수송하기 위해 전세기를 100여 차례 띄웠다고 하네요.

그날 뭄바이 국제공항은 하루 일일 평균의 약 5배에 해당하는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는 바람에 최대 운항기록을 갱신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간 진행될 순수 결혼식 비용에만 1억달러! 37년 전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순수 결혼식에서만 소요됐던 금액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이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것으로 알려 진 나라! 인도에서 극 초호화 결혼식이 열렸답니다.

창밖으로 눈이 펄펄 내리고 있네요! 조금씩, 조금씩 새하얗게 덮여 가고 있는 세상의 풍경입니다. 창문을 열어젖히자 안으로 날아드는 눈발들이 순식간에 녹아버립니다. 신비하도록 아름다운 눈! 육각형의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눈의 결정체가 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삶은 모두 지나가는 한순간들입니다. 누군가는 넘쳐나고 누군가는 굶어 죽어가는 일들이 공존 하는 시대입니다. 뿌옇게 흐린 끝 모를 공간은 쉼 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들 속에 갇혀 고개 젖혀 바라보는 이의 가슴만 먹먹하게 합니다.

순간 거인이 된 필자는 꽁꽁 언 땅속 어딘가에서 겨울잠을 자는 작은 개미들이 생각났습니다. 따뜻했던 시절! 화단 근처에서 줄을 지어 이동하는 개미군단들을 나뭇가지로 휘휘 젓거나 이동하는 개미를 따라가서 개미굴을 파 헤집거나 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순간의 장난질이 그들에겐 생의 최대 위협이고 목숨이 달린 일이라는 것을, 그것이 횡포라는 것을 거인은 미처 생각을 못했습니다.

창밖으론 여전히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어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경제력만 있으면 참 편리하고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경제력이든 또 다른 어떤 능력이 탁월하든 힘을 가진 자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세상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여러, 어느 누군가들의 연구와 고된 노력들이 이어져 내려오고 발전 시켜 온 덕분입니다. 아무도 밟고 지나가지 않은 새하얀 눈길에 서로 다른 발자국을 남기면서 무에서 유를 향해 창조적인 발판을 다져 온 분들에게 감사 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가진 것을 누릴 줄 아는 것 또한 능력입니다. 다만 내 서있는 곳에서 주위를 둘러, 서로에 대한 아주 작은 것일 지라도 배려하려는 마음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장 호화로운 결혼식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뇌를 만들어 준 신께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예전엔 눈이 내리면 설렘이 앞을 서는데 지금은 길이 미끄러운 것이 먼저 걱정이 됩니다. 눈 내리는 날이 가슴 설레던 그 때가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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