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지역 문화단체 등 강력 반발
집행부 소통부재 원인 지적도
A 의원 "추경에 반영 가능성"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충북 옥천군이 정지용 시인의 문학을 세계화하기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한 지용제 해외 행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옥천군의회는 14일 265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고 군이 상정한 2019년도 당초 예산안 4317억여원 중 47억7900여만원을 삭감했다. 

위원회는 이 중 3회 중국 항주지용제 예산 2500만원과 9회 일본 동지사대 정지용 문학포럼 예산 1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행사 개최의 타당성과 당위성이 부족하다며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행사 예산은 오는 17일 열리는 본회의 최종 확정만을 남겨둔 상태다.

옥천군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연변(항주) 지용제는 한중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 이후 연변(延邊)에서 항주(杭州)로 옮겨 올해로 2년째 개최했다.

이 행사는 정지용 국제학술세미나와 학생 대상 백일장, 시낭송 대회 등으로 풍성하게 꾸며져 지용문학 세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해외 최초로 항주사범대학에 '정지용문학센터' 설립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도 이뤄냈다.

일본에서도 교토와 오사카 등지에서 정지용 문학포럼과 한글 백일장 등이 열려 정지용 시인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내년 해외 지용제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아 차질이 예상되면서 지역 문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20년 이상 뿌리를 내리며 중국에서 열리는 한국 문학축제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대표 문학축제"라며 "행사가 무산될 경우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묘순 전 옥천문인협회장은 "'정지용'이라는 고부가가치의 자산을 가진 옥천군은 정지용 문학을 활용해 옥천군과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만일 예산이 서지 않는다면 문학인들이 갹출해서라도 정지용 문학행사를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옥천군이 해외 지용제 예산 편성과 관련해 군의원들과 소통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결특위 의원들은 이 행사와 관련해 옥천군으로부터 추진 계획과 당위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예산안을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A 의원은 "예산안 심의 당일까지도 해당 부서마저 예산에 관한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면 추경예산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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