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보건복지부가 지난주 기습적으로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한마디로 국가의 부담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연금보혐료를 내는 국민의 부담을 지금과 같게 하거나 약간 올리면서 받는 금액은 그보다 훨씬 많게 해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르면 금주 중에 정부 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의에 회부된다.

‘사지선다형’이라고 불리운 네 가지 안을 보면 1안은 현행 소득의 9%인 보험료율과 40%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 비율)을 그대로 두고, 기초연금만 현재 월 25만원에서 2021년에 30만원으로 5만원 인상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에 대해 아무것도 바꾸는 게 없이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니 개편이라고 할 것도 없다.

2안은 현행 소득대체율 40%을 유지하면서 기초연금만 2022년부터 현행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3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2021년부터 5년마다 1% 포인트씩 인상해 2031년 이후에는 12%가 되도록 올리며 기초연금은 30만원으로 올리는 안이며, 4안은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고 보험료율을 2021년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인상해 2036년에는 13%가 되도록 하며, 기초연금은 3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되는 시기는 1안과 2안은 2057년, 3안은 2063년, 4안은 2062년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추산이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추계를 다시해 구조를 개선하게 돼 있다. 5년전인 지난 3차 재정계산에서는 저출산·고령화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의 이유로 2042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에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산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소득대체율은 현행 45%에서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최고 15%까지 올리는 내용을 골짜로 하는 제4차 국민연금재정추계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문 대통령은 “국민이 생각하는 연금개혁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당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문 대통령의 주문은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라는 것으로 해석됐다.

보건복지부가 낸 두 번째 개정안과 문 대통령의 재검토 요구 등을 종합해 보면 결국 국민들에게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해주겠다는 애민(愛民) 의식이 묻어난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가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주지 않는다. 그게 가능하려면 누군가 다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용돈 연금’에서 벗어나 노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수준인 100만원 선을 주려면 공무원연금처럼 세금을 더 걷어 보태줘야 한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 국가가 거덜난다. 그런데도 자꾸 국가에 대한 의존심만 키워주면 곤란하다.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용돈 연금이 싫고 더 받기를 원하면 현재 생활을 희생하고 보험료를 더 내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보험의 근본원리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 점을 솔직하게 밝히고 설득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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