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열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고등학교

 

[노정열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고등학교]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흰 눈이 날리고, 거리는 온통 흥겨운 캐럴송과 아름다운 조명들로 가득하며, 온 세상은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다.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온도탑 수은주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맘때 쯤 되면 결핵 퇴치 기금 조성을 위한 크리스마스 씰(Seal)도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다양한 디지털 소통방식의 증가로 크리스마스 씰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큼 못한 것 같아 걱정이다.

문득 크리스마스 씰과 결핵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크리스마스 씰은 산업혁명 당시 유럽 전역에 결핵이 만연하고 있을 때, 190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 직원인 아이날 홀벨(Einar Holboell)에 의해 탄생했다. 연말 크리스마스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하면서 우편물에 붙일 수 있는 동전 한 닢 가격의 ‘씰’을 판매하여 십시일반으로 결핵기금을 모을 생각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캐나다 선교사인 셔우드 홀(Sherwood Hall) 박사가 처음으로 씰 운동을 시작하였다. 첫 씰에는 남대문이 그려졌고, 2018년 올 겨울의 크리스마스 씰은 분단된 한반도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변화하고 있는 비무장지역을 주제로, ‘Be a Friend : DMZ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 이야기’를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결핵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 경제선진국으로서의 오명이 아닐 수 없다.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의 감염으로 기침, 객담, 혈담 등 폐 손상의 호흡기 증상과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을 증상으로 하는 법정 감염병이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다행스럽게도 2001년 46,082명이던 결핵 전체환자수는 2017년 36,044명으로 감소하였다. 결핵 신환자수도 2001년 34,123명 (71.3명/10만 명)에서 2017년 28,161명 (55명/10만 명)으로 감소하여 처음으로 2만 명대로 진입하였다.

결핵 사망자수는 2001년 3,218명에서 2017년 1,816명으로 감소하였다. 그러나 인구 10만 명당 55명의 발생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10만 명당 결핵환자 발생률은 약 13명으로 호주의 약 5명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는 비교적 낮게 유지하고 있다. 호주는 1960년대 이전에는 인구 10만 명당 결핵환자 발생률이 30명 이상으로 높았으나 1970년대 이후 10명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까지 30명이상으로 높았던 발생률이 꾸준히 감소하여 머지않아 국제적인 목표인 10명 미만으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개최된 UN 결핵 고위급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결핵을 종식시키기로 의견을 같이 한 바 있다. 선진국 수준으로 결핵환자가 감소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백신과 결핵균에 내성이 없는 치료제 개발은 물론, 결핵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영유아, 청소년, 고령자, 외국인, 학원과 기숙사 생활자, 노숙자 등에 대한 집중관리와 결핵환자에 대한 중단 없는 치료, 잠복결핵환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유독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80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통일을 대비하여 북한에 대한 결핵을 포함한 종합적인 공중보건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크리스마스 씰 한 장 한 장이 모이고, 기침 예절을 지키고, 결핵 퇴치를 위해 모두 함께 합심하여 노력한다면, 결핵후진국의 오명을 벗고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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