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선진국의 부자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이는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후손에게 부를 대물림하려는 한국의 부자들과 상반되는 것이다. 이것은 관습이 된 동서 문화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를 얻게 된 과정이 더 큰 원인이라 여겨진다. 한국의 부자들은 대부분 노력 없이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았고, 선진국의 부자들은 대부분 자수성가하여 부를 이루었다는 통계가 있다. 선진국의 부자들은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자식들은 부모의 부를 물려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노력한 대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구태여 부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부자가 아니면서 나눔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해마다 연말이면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들이 분주하다. 사랑의 연탄 배달은 연례행사처럼 연말이면 등장한다. 인간 띠를 만들어 달동네 주민들에게 연탄을 나르는 봉사 활동은 정치인, 연예인 등 다방면의 유명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여러 단체들이 경로당, 고아원,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하여 성금과 선물을 전달하는 것도 연말이면 치러지는 행사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익명으로 행해지는 나눔이다.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도 익명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 매서운 추위에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준다. 지난 14일 어떤 사람이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앞에 5천5백여 만 원이 든 현금 봉투를 두고 갔다. 그리 큰 부자는 아닌 듯 보이는 그가 성금과 함께 남긴 편지와 올 1월 2억6천4백만 원을 남긴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편지의 필체가 동일한 것으로 보아 같은 사람이 연말에 또다시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 초의 편지에서 “7년 이상 매월 적금을 넣어 기부한 성금으로, 도울 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 연말에 다시 뵙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편지에서도 그는 “1년 동안 넣었던 적금을 기부한 것으로, 병원비가 절실한 가정의 장애 아동들의 수술비와 재활 치료에 사용되길 바라며,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이 올해보다 더 행복하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 연말에 뵙겠다”고 적었다.

이것은 나눔의 기쁨을 모르는 이는 절대로 실천할 수 없는 선행이다. 인륜을 저버린 끔찍한 사건들이 매일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런 일로 인해 아직은 우리 사회에 온기가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참 흐뭇하다. 나눔은 그 무엇과도 바꿀 없는 기쁨이요 행복이다. 연말연시에 힘든 시간을 보내며 온정을 기다리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하고 그것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만끽 해보자. 이 일이 익명이라면 스스로 더욱 뿌듯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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