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김영애 수필가] 딱 한번 눈이 마주친 이후로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눈이라도 얼핏 마주쳤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내내 궁금한 마음으로 답답했을 거였다. 불침번을 서듯이 그를 만나기 위해 수시로 주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이 허겁지겁 맛있게 먹이를 먹고 있는 그를 보았다. 몰래 숨어서 그 모습을 흐믓하게 훔쳐보았다. 딱 열흘만이다. 반가운 마음에 그 모습을 손전화기로 살짝 촬영하는데 그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줄행랑을 친다. 그렇게 그의 존재를 알고 난 다음부터는 그가 다녀간 흔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깨끗하게 비워진 밥그릇을 볼 때마다 웃음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병원 로비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던 막간 시간에 제약회사에서 비치해둔 손바닥만 한 잡지에 누군가의 글을 읽었다. 내 또래의 여자가 쓴 글로 짐작이 되었다. 내용인즉 저녁 퇴근길에 골목 모퉁이 쓰레기봉지 사이에서 신음소리가 나서 가보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신음을 하고 있었다. 들여다보다가 그냥 돌아서 가는데 아픈 고양이의 눈빛이 눈에 밟혀 다시 돌아와 그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갔다 차마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한 생명체를 그냥 두고 갈수가 없었다고 했다.

먹이를 찾아 쓰레기 더미를 헤집다가 허기가 져서 그러려니 하고 잘 먹이고 보살피면 건강해지겠지 했다. 사람에 대해 경계를 안 하고 잘 안기는걸 보면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집 고양이였다. 추운 겨울에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고 병까지 들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정성으로 보살폈지만 차도가 없어서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하니 뱃속에 뭔지 모를 내용물이 가득 들어있었다. 수술을 해보니 돌멩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돌멩이를 주워 먹고 병이 들었을까! 들고양이처럼 야생 능력이 없으니 먹이를 분별할 줄도 모르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돌멩이를 주워 먹었다니, 그 글을 읽으며 안타까움과 고양이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의 마음으로 화가 나고 만감이 교차되었다.

다행히도 고양이는 치료를 받고 건강해졌으며 글쓴이는 그 후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동네 공원에 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한다고 했다. 들 고양이의 번식증가로 많은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그녀의 따듯한 마음을 동조해주는 이들도 또한 많다고 했다. 나는 문득 언제인가부터 우리 사업장 주변을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날로 퇴근길에 고양이 사료 한 자루를 구입했다. 사무실 밖 조용한 곳에다 고양이 먹이와 물을 놓아두고 열흘 만에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퇴근 전에는 일과처럼 그의 먹이를 챙긴다. 아침에 출근해서 깨끗이 비운 그의 밥그릇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해 봄 시골집 배나무 아래 묻어준 나의 반려견 사랑이가 그리워진다. 그 사랑이가 고양이로 내게 날마다 오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도 하면서 잊지 않고 밥을 준다. 나비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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